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한목소리로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면서도 현 상황에 대한 책임 소재와 실효성을 두고 날카로운 각을 세웠다.

박 후보는 문 후보에게 노무현 정부의 책임을 따져 물었고, 문 후보는 현 정부에 대한 박 후보의 공동 책임론을 제기했다. 박 후보는 “문 후보의 경제민주화 핵심 공약을 보면 노무현 정부 시절에 약속하고 지키지 못한 것들로, 출총제 폐지와 계열분리명령제,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등이 그때는 약속하고 지키지 못하고 이제 와서 하겠다는 것이냐”고 공격했다. 이어 “기존 순환출자 금지도 3년 유예기간을 둔다는데 집권하면 4년차에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 기존 순환출자 금지나 계열분리명령제 등 핵심 정책은 공동 정부에 참여하는 안철수 전 후보 등이 반대 입장을 갖고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따졌다.

문 후보는 “출총제는 이명박 정부에서 폐지한 것으로 이로 인해 10대 기업 계열사가 300개, 30대 재벌 계열사는 600개 이상 증가했고, 새로 생긴 계열사가 피자 떡볶이 순대 커피숍 등 모두 골목상권 업종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며 “출총제가 다시 필요하게 된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문 후보는 노무현 정부 재벌 개혁 실패 책임을 물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 후보의 질문에 “노무현 정부 때 재벌 개혁을 제대로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들이고, 당시 저는 정책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노무현 정부가 인식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고 인정했다.

문 후보는 박 후보를 향해 “박 후보는 줄푸세(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세운다)를 지금도 주장하고 계신데, 이게 경제민주화와 맥을 같이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줄푸세라는 것이 부자들, 대기업의 세금을 줄여주고, 규제를 풀어주자는 것으로, 이명박 정부가 지난 5년간 한 부자 감세 아니냐”고 공세를 폈다. 그는 “줄푸세로 경제민주화를 할 수 없다는 건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의 지적 아니냐”고 했다.

이에 박 후보는 “출총제는 노무현 정권에서 25%에서 40%로 완화하며 무력화시켰고, 김 위원장도 어제 ‘의견의 차이는 있지만 저에 대한 경제민주화 의지는 확고하다. 그거 안 한다고 경제민주화가 아닌 것이 아니다’고 말씀하신 인터뷰를 보셨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푸’는 규제를 푸는 것으로 나라 곳간을 채우는 것이고, ‘세’는 법질서의 기본을 세우는 것으로 이건 경제민주화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선진국에 가깝다고 그래도 성장의 온기가 퍼지지 않은 것을 해소하려고 경제민주화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경제민주화에 대한 기본 입장’을 묻는 질문에 박 후보는 시장 공정성을, 문 후보는 대기업 개혁에 무게를 실었다. 박 후보는 “시장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확립해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그만한 보상과 대가를 받고, 꿈과 목표를 이룰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라고 했고, 문 후보는 “1980년대 이후 창업한 회사 중 30대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이 없다는 건 재벌이 성장의 사다리를 걷어차고 골목상권 영역까지 침범한 탓”이라고 답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