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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론] 'NAFTA 스타일' 통상전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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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가 캐나다·멕시코 끌어들였듯
    한국 주도로 중·일 FTA 묶어야
    '선발자' 의 위치 적극 활용할 때"

    안세영 <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
    “전쟁 한 번 해서 영토의 반을 빼앗긴 나라는 우리 멕시코밖에 없다.” 한·멕시코 통상장관 회담 후 만찬에서 테킬라 몇 잔을 마신 멕시코 장관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다. 1848년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벌어진 전쟁으로 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에 이르는 광활한 땅이 미합중국에 넘어간 것을 두고 하는 푸념이다.

    캐나다에서 통상장관 회담을 할 때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공식회의에서는 미국과의 돈독한 유대를 자랑하던 캐나다 관리들도 저녁을 먹으며 속내를 드러내면 캐나다 경제의 대미 종속을 걱정했다.

    이렇게 복잡한 앙금을 가지고 있던 세 나라도 이제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통해 단단히 하나로 묶였다.

    눈을 동북아로 돌려 한·중·일 세 나라를 봐도 사정은 비슷하다. 태평양전쟁을 둘러싼 역사적 앙금에서 시작해 영토 분쟁과 불법 조업을 둘러싼 갈등 등으로 베이징, 서울, 도쿄에서 반일, 반중 데모가 일어나고 정치 지도자들이 으르렁거릴 때는 그간 쌓인 온갖 갈등이 폭발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지난달 언제 그랬느냐는 듯 세 나라 정상이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을 위한 공식 협상을 시작할 것을 선언했다. 사실 우리 기업과 국민들은 중국, 일본과 서로 시장 문을 활짝 열고 경제적 이익을 나누는 데 대한 기대가 크다. 만약 세 나라 사이에 경제 통합이 이뤄진다면 NAFTA, 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 3위의 거대한 동북아 경제권이 탄생한다.

    하지만 요즘 태평양을 가운데 두고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치열한 헤게모니(주도권) 게임을 보면 내년도 한국을 둘러싼 통상 환경이 그렇게 단순하진 않을 것 같다.

    G2(주요 2개국) 시대를 연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거대한 중화경제권을 형성하기 위해 때론 정치논리에 바탕을 두고 통 큰 양보를 하며 아세안(ASEAN) 국가, 파키스탄 등과 발빠른 FTA 행보를 보이고, 지난 5월부터는 한국과의 협상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중국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지난가을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적극 추진할 것을 밝히고, 일본의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재빨리 미국의 손을 들어주었다. 다시 이에 맞서기 위해 중국은 일본까지 끌어들여 한·중·일 FTA 협상 개시를 선언했다. 바야흐로 ‘미국 주도의 TPP’와 ‘중국 주도의 한·중·일 FTA’로 힘겨루기를 하는 것이다.

    이 같은 국제질서에서 새 정부 출범 후 한국이 나아가야 할 통상정책의 큰 그림을 한번 그려보자. 우선 연미화중(聯美和中)이다. 기존에 맺은 미국과의 FTA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차분한 노력을 해나가면서 새로운 지도자를 맞은 중국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최근 출간된 《미래 중국과 통하라》(오영호 저)에서 잘 밝혔듯이 시진핑 체제의 지도자들은 상하이 등에서 개방의 최선봉에서 실무 경험을 많이 쌓았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대외정책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 모두의 손을 들어줘야 하는 한국은 내년 초에 시작하는 한·중·일 협상에 참여하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TPP 참여도 아주 신중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그간 우리가 미국, EU와 손을 잡아 만든 ‘선발자’의 이익을 잘 활용해야 한다. 사실 미국에서 시작해 베트남까지 참여하는, 너무나 격차가 큰 TPP가 성사되기 위해서는 갈 길이 아주 멀다. 그리고 정치·경제 체제가 전혀 다른 일본과 중국이 손을 잡아 한·중·일 FTA가 꽃피우기도 쉽지 않다.

    실속있게 국익을 챙기기 위해 취해야 할 통상 전략은 ‘NAFTA 스타일’의 협상 전략이다. 미국이 캐나다와 먼저 FTA를 맺고 멕시코를 포함해 자유무역지대를 탄생시켰듯이 한국이 딜-메이커 역할을 해 먼저 중국과 FTA를 빨리 성사시키고 다음에 일본과의 협상을 마무리지은 뒤 나머지 두 나라가 맺어지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오랜 기간 교착 상태에 빠진 일본과의 협상도 하루빨리 재개해야 한다.

    안세영 <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syahn@sogang.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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