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9일 경기 남부 6개 도시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에 대한 집중 지원을 이어갔다. 한 시간 단위로 과천 수원 군포 안양 광명 부평 6개 도시를 돌았다. 135km를 차로 달린 것이다.


안 전 원장은 오전 11시 송호창 전 공동선대본부장의 지역구인 과천을 제일 먼저 찾았다. 영하 9도의 추운 날씨에도 200여명의 시민들이 안 전 원장을 보기 위해 나왔다. 그는 문 후보의 선거운동원들에게 악수로 격려를 한 이후 시민들과 일일이 인사했다. 한 여자 초등학생은 미리 준비한 아이보리색 목도리를 안 전 원장에게 직접 매주기도 했다.


안 전 원장은 곧바로 수원역으로 갔다. 역 앞 광장엔 순식간에 500여명의 인파가 모였다. 이번엔 40대 여성이 목도리와 함께 “앞으로 남은 선거일 열흘 동안 사용하라”며 핫팩 10개를 선물로 줬다.


세 번째 장소인 군포 산본역에선 안 전 원장과 문 후보가 공동 유세를 벌였다. 지난 7일 부산 서면 지하광장에서 두 사람이 나란히 선 이후 두 번째다.


문 후보와 안 전 원장은 산본역에서 이어진 구름다리부터 중앙광장까지 약 150m를 걸으며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오후 2시5분부터 약 30분간 진행된 유세엔 민주당 추산 1만여명이 운집했다.


두 사람은 유세차량 대신 광장 한가운데 마련된 작은 단상에 나란히 올랐다. 두 사람이 잡은 손을 번쩍 들어 올리자 지지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문 후보가 안 전 원장을 두세 차례 포옹하자 시민들은 일제히 ‘문재인, 안철수’를 연호했다.


안 전 원장은 마이크 없이 육성으로 “정치 개혁과 새 정치를 위해 아무런 조건 없이 문 후보를 도와드리기로 했다”며 “혹시 주위에 안철수가 사퇴해서 투표 안하겠다고 하는 분이 계시면 꼭 투표 해달라고 전해달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정권교체 자체가 우리의 궁극의 목적이 아니다”며 “정권교체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새로운 정치 맞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저와 안 후보가 손을 잡는 순간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민심이 무섭게 바뀌고 있는 게 느끼지는가”라며 “이제 대선 승리는 우리의 것이다. 정권교체, 새로운 시대가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전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유세를 벌였다.


문 후보는 유세를 끝낸 뒤 다른 일정을 잡지 않고 10일 열리는 경제분야 2차 TV토론회 준비에 주력했다. 대신 안 전 원장이 안양역, 광명 철산역, 부평역을 잇달아 찾아 시민들을 만났다. 민주당세가 강한 안양, 광명 등지엔 1000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시민들은 남녀노소를 가릴 것 없이 안 전 원장을 향해 손을 뻗치고 핸드폰 카메라를 들었다. ‘안철수, 안철수’ 연호가 이어졌다. 안 전 원장이 메시지를 전하려 할 때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목소리를 낮추고 뒷사람을 위해 자리에 앉았다.


안 전 원장은 마이크를 사용하는 대신 시민들이 한 구절씩 따라 말하게 하는 ‘인간마이크’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했다. 메시지는 간결했다. 그는 “12월 19일은 우리와 우리 아이의 미래를 결정짓는 소중한 날”이라며 “새 정치와 정권교체를 위해 꼭 투표참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안 전 원장의 유세 현장엔 민주당 의원들도 참석했다. 이날 안 전 원장의 모든 일정을 따라다닌 이언주 의원을 비롯해 이종걸 신학용 신장용 박남춘 이학영 남윤인순 의원 등이 함께 했다.



군포=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