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깊어질수록 '김떡순'은 달린다
서울 잠실에서 떡볶이집을 운영하는 김모씨(35)는 요즘 얼굴에 화색이 돈다. 지난해 3월 13㎡짜리 점포를 열었을 때만 해도 하루 매출은 20여만원에 불과했다. 손님이 적은 편은 아니었지만 중·고등학생이 많아 2~3명이 2500원짜리 떡볶이 한 그릇만 주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하루 매출이 35만~40만원으로 증가했다. 장사가 잘 될 때는 월 매출이 1200만원 정도까지 나온다. 20·30대 직장인 여성 고객이 늘면서 테이블당 매출이 6000~7000원대로 높아졌다. 한 달 순이익도 300여만원에서 350여만원으로 늘었다. 김씨는 “간식 삼아 먹으러 오는 손님도 있지만 불황 탓에 가격이 낮은 떡볶이나 순대, 튀김으로 한 끼를 때우는 직장인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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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이지만 장사가 쏠쏠한 자영업자들도 적지 않다. 주로 저가 음식을 팔거나 틈새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한 경우다. 하지만 어쩌다 찾는 이른바 ‘별미’ 음식점이나 대형 유통업체에서 파는 품목을 다루는 자영업자들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7일 한국경제신문이 비씨카드와 공동으로 ‘카드 사용액을 통한 자영업종 매출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떡볶이, 토스트 등 저가 음식점의 매출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0월 떡볶이 전문점의 평균 매출은 작년 10월보다 30.5% 늘었다. 같은 기간 토스트 전문점도 14%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반면 불닭집의 업체당 카드 매출은 1년 전보다 평균 31.7% 떨어져 하락폭이 가장 컸다. 상대적으로 값이 비싼 오리고기집은 평균 매출이 15.1% 줄었다. 매출 감소율 10위에 들지는 않았지만 옻닭집(-10.6%)과 민물장어집(-7.4%)의 매출 감소도 두드러졌다. 식료품점(-15.9%)과 운동용품점(-12.6%) 등은 대형 유통업체에 밀려 매출 부진 현상이 뚜렷했다. 대형마트에서 별로 취급하지 않는 낚시용품점 매출이 11.3% 늘어난 것과 대조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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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매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업종들이 경영상 겪는 어려움은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가 상승과 카드 사용 증가 추세를 감안하면 장사가 전년 정도만 돼도 매년 카드 결제금액이 5% 정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매출 분석에 참여한 서동민 비씨카드 플랫폼운영팀 과장은 “자영업이 전반적으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업종에 따라 편차가 크다”며 “창업에 나서거나 업종 변경을 고려하는 자영업자들은 소비 트렌드 분석뿐만 아니라 소규모 상점에 어울리는 업종까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주요 자영업 매출 분석은 비씨카드 전체 가맹점 230만곳 가운데 대형 유통업체와 병원, 여행사 등 자영업과 무관한 업종을 제외한 100여만곳을 120개 업종으로 나눠 조사했다.

박종서/윤희은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