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지난달 실망스러운 3분기 실적 시즌을 마친 투자자들의 관심은 벌써 내년으로 넘어간 상태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아직 시작하지 않은 내년에 대해 기대보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불황이 이어지고 있고 미국 재정절벽 우려등 불확실성 요인들이 도사리고 있어 내년 국내 기업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또한 올해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 과정에서 내년 전망치는 상대적으로 소폭 조정에 그친 만큼 내년 들어 추가적인 하향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내년 상장사 영업익 성장률 전망 21%…달성 가능할까?

7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개 이상의 실적 전망치를 보유한 상장사 145개의 내년 총 매출과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각각 1765조235억원, 144조160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전망치 대비 각각 6.82%, 21.87%씩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실적 전망치가 다소 부풀려진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염동찬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초 당시 내년 영업이익 증가율(전년 대비)이 14% 정도였는데, 2분기와 3분기 실망스런 실적 발표가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현 시점에서 내년 영업이익 증가율이 20%로 높아졌다는 점은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내년 추정치의 수준이 현재 시점보다는 좀 더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올해 실적 전망치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하향 조정 과정을 거친 바 있다. 특히 하반기 들어 가파르게 감소하는 흐름을 보였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지난 6일 기준 109개 상장사의 전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올해 초 대비 12.27% 감소한 113조6551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초 129조5562억원를 기록한 후 상반기 말까지 2.44% 감소하는데 그쳤지만 하반기 들어서 9.82% 추가로 깎인 결과다.

아울러 최근 원화 강세 기조 역시 실적 과대 평가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기업들은 수출기업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과거 원화 강세기에 상대적으로 실적 전망치가 과대하게 추정되는 경향이 나타났다"며 "최근 원화 강세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내년 이익이 예상보다 나빠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4분기 영업익 전년 동기보다 46% 증가 전망…'삼성電의 힘'

얼마 남지 않은 올해 4분기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경기 불황이 이어졌고 중국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이 등장하지 못하면서 수요 부진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통산 4분기에는 연중 집행된 비용 혹은 손실을 반영하는 경향이 있어 상대적으로 전망치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개 이상의 실적 전망치를 보유한 상장사 115개의 올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7.01%, 46.03%씩 늘어난 403조5343억원, 27조699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보다 매출은 6.43% 증가하고 영업이익의 경우 2.64% 감소한 수치다.

업종별로는 IT(79.11%), 필수소비재(48.13 %), 산업재(37.54 %)의 실적 개선 폭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IT업종의 호조는 115개 상장사 영업이익의 30%를 차지한 삼성전자 호실적 전망 덕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8조2383억원을 기록했다. 스마트폰 부문의 호조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55.54% 급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과거 한국 기업들의 분기별 이익을 분석한 결과 4분기 이익이 다른 분기 실적에 비해 적은 현상이 발견된다"며 "이러한 분기 이익의 계절성은 연중에 일어난 여러 가지 손실을 4분기에 회계적으로 반영하는 관행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