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 중반전에서 ‘안철수 변수’가 현실화됐다.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6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당장 7일 부산 지원유세에 나서 문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는 등 지원강도도 예상보다 크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우세하게 진행돼온 대선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안 전 원장은 이날 문 후보와의 회동에서 “정권교체가 새정치의 시작”이라며 무조건적 지지를 약속했다. 전문가들은 “이제야말로 대선전이 양 진영 간 1 대 1 레이스에 들어갔다”며 접전을 예고했다.

전날까지 안 전 원장의 문 후보 지원에 난기류가 감지됐으나 이날 전격적인 지원입장을 보인 데는 최근의 선거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가 박 후보에게 3~5%포인트 정도 뒤지는 등 여론흐름이 야권에 불리하게 돌아간다는 절박감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원장이 이날 “후보단일화 약속과 새정치와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열망을 온전히 담아내기 위해 후보직에서 사퇴했지만 지금 상황은 이 두 가지 모두 어려울 수 있다는 국민적 우려가 높다”고 언급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또 미지근한 지지로 인해 야권이 대선에서 패할 경우 불거질 책임론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마음을 굳힌 안 전 원장의 발언 수위도 한껏 치솟았다. 안 전 원장은 회동 후 “오늘(6일)이 대선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많은 분들의 열망을 담아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가 이날 국회의원 정수축소와 관련해 “기득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의원정수 축소조정 문제를 논의해 의견을 모아주면 책임지고 실천하겠다”며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도 안 전 원장이 등판할 수 있는 명분이 됐다는 분석이다.

당장 안 전 원장이 이번 대선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부산을 첫 유세지로 삼은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단일화 이전 부산 경남에서 문·안 후보의 지지율합이 박 후보에 육박할 정도로 ‘야풍’이 거셌으나 안 전 원장 사퇴 이후 균형추가 박 후보 쪽으로 기우는 추세다. 안 전 원장의 직접 지원유세가 PK와 수도권 2040세대 및 중도층의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최대 관전포인트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그동안 흐트러져 있던 야권이 전열을 정비하고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당도 지지율 견인효과 못지않게 분위기 전환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 후보 측 홍영표 상황실장은 “안 전 원장의 지원에 따른 3%포인트 내외의 지지율 상승 못지않게 다소 침체된 야권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문 후보의 지지율을 큰 폭으로 끌어올리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시각도 있다. 가상준 단국대 정외과 교수는 “선거에 영향은 있겠지만 후보 등록 전과 비교해서는 효과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측면이 있다”고 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