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원장은 권력이 아니라 심부름하고 봉사하는 자리입니다. 대통령도 마찬가지예요. 누가 되든 약속했던 것은 잘 지켜야 하고 무엇보다 청렴해야 합니다. 그런 풍토가 자리잡히면 국민들은 조금 배가 고파도 참아냅니다. 청렴한 사람은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습니다. 빈말을 남발해서 말빚을 지는 사람이 어떻게 청렴할 수 있겠어요?”

오는 20일 단양 구인사에서 취임법회를 갖는 대한불교천태종의 신임 총무원장 도정(道正)스님은 6일 이렇게 말했다. 도정 스님은 이날 서울 우면동 관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사찰도 주지가 솔선수범하느냐에 따라 살림살이가 달라지는데 국가는 더하지 않겠느냐”며 청렴을 국가지도자의 제1 덕목으로 꼽았다.

1968년 천태종 중창조인 상월원각대조사를 은사로 출가한 도정 스님은 “조사 스님이 주창한 천태종의 3대 지표, 즉 애국불교, 생활불교, 대중불교를 더욱 굳건히 지키고 발전시키는 것이 총무원장의 목표요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도정 스님은 특히 “사무실에서 일을 하건 절에 있건 밥을 짓건 마음이 둘, 셋으로 갈라져서는 안 된다”며 “몸은 시간에 따라 다른 일을 하더라도 마음은 항상 참선하는 ‘한마음’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태종 스님들이 유난히 이런저런 일을 많이 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불교는 산중에 있는 게 아니라 생활을 통해서 부처의 경지를 이뤄가는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조사 스님의 설법에 반해서 출가했는데 당시 구인사에는 길도 없고 전기불도 없어 촛불을 켰어요. 그런데 동 틀 무렵부터 어두워질 때까지 일만 시키는 거예요. 밤에는 잠도 안 재우고 철야정진을 시켰고요. 너무 힘들어서 몇 번이고 도망칠 생각을 했는데 그때마다 조사 스님이 신통하게도 아시고는 저를 불러서 ‘머지 않아 좋은 날이 있을 테니 참고 견디라’고 다독이셨죠.”

도정 스님은 “당시 갓 출가한 사람들이 힘들게만 여기면서 ‘일’이라고 생각한 걸 조사 스님은 수행의 방편으로 시켰던 것”이라며 “그때의 혹독했던 경험이 평생을 사는 힘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제위기의 여파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소중한 것은 희망을 갖는 것”이라며 “나보다 형편이 나은 사람과 비교하며 불행하다고 여기기보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과 가족, 자기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다 보면 현실의 어려움은 이겨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