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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원들 피 말리는 '피그말리온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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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학 카페

    경영자 꿈이 크면 직원은 지친다
    "자네는 충분히 할 수 있어"…긍정적인 칭찬은 좋은 결과 낳지만
    직원 능력 넘어선 과도한 기대로 목표 못채우면 직원 무능 탓할 가능성
    고대 그리스에 피그말리온이라는 조각가가 살고 있었다. 자신의 조국이 전쟁에서 지고, 많은 여인들이 부정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본 피그말리온은 모든 여자들에 대해 혐오감을 갖게 됐다. 현실 속의 여인에게 사랑을 느끼지 못하던 피그말리온은 여인상을 조각하게 된다. 그리고 한자리에 꼼짝 않고 서있는 조각상이 부정하지 않고 순결한 여인이라고 생각하고,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고는 여신에게 빌었다. 조각상이 진짜 살아있는 여인이 되어 자신의 배필이 되게 해 달라고. 피그말리온의 기도를 들은 여신은 그 소원을 들어줘 그는 자신의 조각상이었던 여인과 살게 된다.

    피그말리온은 실존 인물이 아니라,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비현실적이지만 간절한 소망을 기도를 통해 이룬 그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자신이 원하는 천상의 배필이 ‘만들어지는’ 이야기가 얼마나 감동스러운지 할리우드는 이를 놓치지 않고 영화로 만들었다. 오드리 헵번 주연의 ‘마이 페어 레이디’가 피그말리온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줄리아 로버츠가 나온 ‘프리티 우먼’도 비슷한 구성을 가진 작품이다.

    영화계만 피그말리온에 관심을 가진 것이 아니다. 교육심리학자도 관심을 가졌다. 간절히 소망해서 조각상을 여인으로 만들 수 있다면, 교사가 아이들이 똑똑하다고 믿으면 똑똑한 아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버드대 사회심리학과 교수였던 로버트 로젠탈은 이것을 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실험에 옮겼다. 초등학교 전교생들을 대상으로 IQ 검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검사결과와 상관 없이 각 반에서 20%의 아이들의 명단을 골라 ‘지적 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이라고 교사들에게 알려주었다. 그리고 8개월 뒤 다시 IQ 검사를 실시했다. 이 명단의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평균 점수가 높았을 뿐 아니라, 학업 성적도 좋아졌다. 교사의 기대와 관심이 아이들의 성적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 실험은 ‘로젠탈 효과’로 알려졌고, ‘피그말리온 효과’라고도 한다. 자기가 예언한 일이 사실로 실현된다는 의미에서 ‘자기충족적 예언’이라고도 한다. 자기계발 관련 서적들은 대부분 이런 ‘피그말리온 효과’를 믿는다. 몇 년 전에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킨 ‘시크릿’이라는 서적도 ‘피그말리온 효과’를 바탕에 깔고 있다. 간절히 소망한다면 내가 믿는 대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말, 얼마나 가슴 설레는 말인가.

    이제 우리는 시크릿을 믿고 피그말리온처럼 간절하게 세상이 내 마음대로 되기를 기도하며 주문을 외우면 되는 것일까. 물론 ‘피그말리온 효과’는 부분적으로 일리가 있다. 로젠탈 교수의 실험처럼 자신의 믿음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게 되기 때문에, 아무런 노력이 없을 때보다 더 나아지기는 할 것이다.

    다만 원하는 만큼 충분한 효과가 나타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로젠탈 교수의 실험에서도 평균점수가 좋다고 말했지, 모든 학생들이 더 나아졌다는 결과를 얻은 것은 아니다.

    ‘피그말리온 효과’가 갖는 문제는 자신에 대한 바람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바람이라는 데 있다. 자신에 대한 기대보다 타인에 대한 기대일 경우 그 기대치는 더 높은 경향이 있다. 그런 높은 기대는 쉽게 달성할 수 없다. 더구나 결과를 내는 것은 자신이 아니라 타인이다. 학생의 학업 능력이 뛰어나다고 통지를 받은 교사는 그 아이에게 더욱 신경을 쓰고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랬는데 아이의 성적이 기대한 만큼 향상되지 않는다면 교사는 어떻게 생각할까. 자신의 능력 부족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아이의 태도를 문제 삼기 쉽다. 자신이 그렇게 관심을 기울였는데도 아이가 제대로 노력하지 않았다는 설명이 자신을 편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기대는 더욱 위험하다. 자신은 학교 다닐 때 제대로 공부하지 못했으니 아이들만은 어떻게든 공부시켜야 한다는 부모들. 자신은 전셋집 유지하는 것도 쩔쩔매면서도 자식의 학비를 대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는 부모들. 이런 부모들일수록 자식들에 대한 기대가 높다. 하지만 많은 아이들이 이런 부모들의 높은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자기가 정한 목표도 아닌데 너무 높은 목표 때문에 아이들은 괴로워하게 된다. 그런 괴로움을 부모들은 납득하지 못한다. 자기가 직접 겪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경영자가 가진 꿈이 크면 당연히 부하직원들에 대한 기대가 높을 수밖에 없다. 경영자가 기업의 모든 일들을 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경영자들은 부하직원들을 부추긴다.

    ‘너는 할 수 있어’라고. 물론 이런 긍정적인 칭찬은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문제는 부하직원의 능력을 넘어선 과도한 기대를 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점이다. 부하직원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상황의 문제이든 능력의 문제이든 원하는 결과를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럴 때 경영자들은 자신의 기대가 과도하다고 인정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그러지 못한다. 자신이 세워 놓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부하직원의 무능을 탓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상사로부터 이런 평가를 받는 부하직원이 일을 하고 싶은 동기가 생길까.

    ‘피그말리온 효과’는 누구나 바라는 이상적인 상황이다. 안 된다고 포기하기에는 너무 매력적이다. 기대하자. 세상이, 주변 사람들이 내가 원하는 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단,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라. 분수를 알고 적당히 기대해야 한다. 현실과 이상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

    이계평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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