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여력이 있는 중국 기업들도 한국이 무엇을 원하는지, (한국 내) 어떤 분야에 대한 투자가 유망한지 잘 모릅니다. 이들 중국 기업이 한국 정보를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합니다.”

최근 KOTRA 한국투자대사로 재위촉된 웨이젠궈(魏建國·65·사진)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CCIEE) 부이사장은 5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많은 중국 기업들이 한국 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방법을 몰라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웨이 부이사장은 중국 국무원 상무부 부부장(한국의 차관급)을 지낸 고위급 인사다. KOTRA 요청으로 지난해 11월 한국투자대사가 된 뒤 이번에 재위촉됐다. 중국 기업의 한국 투자를 위해 뛰고 있는 대표적인 지한파 인물 중 한 명이다. KOTRA는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4개국에 한국투자대사를 두고 있다.

그는 상무부 부부장 시절 중국 LCD(액정표시장치)업체인 BOE의 한국 하이디스 인수를 최종 승인하는 등 중국 기업의 한국 투자 업무를 맡아 왔다. 최근 상하이의 뤼디(綠地)그룹이 제주도에 9억달러를 투자하는 양해각서(MOU)를 맺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 부이사장은 “한국 기업이 중국에 투자한 금액은 600억달러가 넘지만 반대로 중국 기업이 한국에 투자한 금액은 5억달러가 채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제 규모라면 앞으로 5년 내에 100억~200억달러의 중국 민간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그는 “자본이 많은 베이징 상하이 등 5대 도시에서 투자 포럼 행사를 집중적으로 열 필요가 있다”며 “어떤 사업과 어떤 분야의 투자를 희망하는지를 기재한 소형 책자를 만들어 배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웨이 부이사장은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에 대해선 “중국 내 사업 형태를 가공수출 위주에서 내수시장 공략 중심으로 빨리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삼성그룹이 가장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중·일 간 영토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해법은 3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의견을 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