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경기 침체 장기화로 국내 주요 기업이 내년 설비투자 규모를 소폭 줄일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기업들의 경우 내년 설비투자 축소폭이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큰 편이어서 투자 활성화 등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책금융공사는 대기업 858개를 비롯해 전국 3251개 기업을 대상으로 내년 설비투자 계획을 조사한 결과 올해 잠정 실적보다 1.4% 감소한 127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4일 발표했다. 올해 설비투자 잠정 실적은 129조7000억원으로 연초 계획치인 135조1000억원에 비해 4%, 지난해 실적 131조8000억원보다 1.6% 감소했다. 하현철 공사 연구위원은 “경영 여건이 정상적일 때는 주요 기업의 설비투자 규모가 연 평균 7%대의 증가율을 나타내지만 최근 경기 침체 장기화 여파로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중소기업이 올해 대비 내년 설비투자를 16.3%, 대기업은 1.0% 줄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중견기업의 경우 3.7% 늘릴 것으로 예상됐다. 하 연구위원은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간 설비투자를 주도한 대기업의 설비투자가 감소세로 돌아선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내년 제조업 설비투자는 전년 대비 5.2% 줄어든 69조7000억원으로, 비제조업은 기저효과에 힘입어 3.6% 늘어난 58조2000억원으로 예상됐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대기업(-3.7%), 중견기업(-6.8%), 중소기업(-19.4%) 모두 설비투자를 줄일 예정이어서 경제 회복이 더 늦어질수록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됐다.

공사는 제조업 설비투자 증가율이 1%포인트 하락할 때마다 경제성장률은 0.1%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