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리베이트 악몽에 시달리는 제약사
제약사들이 ‘뒷북’ 리베이트 행정처분에 울상을 짓고 있다. 2007년 이후 공정거래위원회가 리베이트 혐의로 적발한 35개 제약사 얘기다. 원래 공정위가 해당 사건 의결서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보내 약사법에 따라 행정처분을 내리도록 후속 절차를 진행해야 했지만, 행정 착오로 수년 뒤 뒤늦게 전달한 탓이다.

지난달부터 이달 4일까지 처분이 이뤄진 제약사들은 아주약품 삼아제약 대화제약 뉴젠팜 한불제약 한화제약 슈넬생명과학 태평양제약 스카이뉴팜 미쓰비시다나베파마코리아 등 10개사다. 주로 2008년~2011년 병원과 약국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다. 현금, 상품권, 기프트카드, 물품, 향응 등 가지각색이다. 처분은 약사법에 따라 1개월 판매업무정지 또는 이에 상응하는 과징금을 내는 것.

올해 약값인하로 전에 없던 시련을 겪고 있는 제약업계로는 달가울 리 없다. 식약청으로서도 번거롭긴 마찬가지다. 식약청 관계자는 “공정위의 과오 때문에 과거 기록을 일일이 되짚어서 처분하게 됐다”며 “제약사들에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건을 다시 후비는 꼴일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제약 대웅제약 녹십자 유한양행 한미약품 등 대형 제약사들도 리베이트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35개 제약사에 포함돼 있다. 업계 1위 동아제약은 설상가상으로 검찰 수사까지 받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병의원, 공무원, 약국 등에 치이다 보니 만만한 게 제약사가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상황은 제약사들이 자초한 면이 없지 않다. 복제약(제네릭)으로만 영업을 하다보니 차별화된 경쟁력이 없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영업과정에서 리베이트에 의존하는 악순환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영업뿐 아니라 다른 쪽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동국제약 하나제약 등은 프로포폴(속칭 우유주사)에 대한 관리 소홀로, 태준제약은 원료함량 미달 약품생산으로 행정처분을 받았다. 태창제약은 부적합 한약재로 약품을 생산하다 적발됐고, 삼정제약은 유령시설로 영업허가를 냈다가 취소당했다.

최근 창립 80주년을 맞아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은 “제약사가 인류사회에 공헌하는 길은 신약개발이며, 이를 위해서 더욱 연구·개발(R&D)에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회장의 말처럼 기본을 지키면서 R&D로 승부해야 리베이트 악몽에서 깨어나지 않을까.

이해성 중기과학부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