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대결에 등터지는 글로벌 회계법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중국기업 정보공개, 美선 해야하고 中선 안되고
美 SEC, 자료제출 거부한 PwC 등 법원 제소
美 SEC, 자료제출 거부한 PwC 등 법원 제소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기싸움의 불똥이 글로벌 회계법인에 튀고 있다. 회계부정 혐의가 있는 미국 증시 상장 중국 기업의 회계자료 제출과 관련해 양국이 상반된 법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어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3일(현지시간)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와 딜로이트, 언스트앤드영(E&Y), KPMG, BDO 등 5개 회계법인의 중국법인을 미국 법원에 제소했다고 밝혔다. SEC가 요구한 9개 중국 기업의 회계감사 자료 제출을 이들 회계법인이 거부한 데 따른 것이다. 해당 기업들은 뉴욕증시 등에 우회상장 형태로 상장돼 있어 현지 자료를 받지 못하면 조사가 불가능하다.
중국은 자국 기업 자료를 외국 정부에 제출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회계법인들은 미국법을 따르자니 중국 사업이 위태로워지고, 중국법을 따르자니 미국에서 범법자가 될 처지다. 글로벌 회계시장을 주름잡는 거인들도 G2(주요 2개국)의 틈바구니에서 냉가슴만 앓고 있다.
◆미·중 자존심 싸움에 곤혹
사건은 작년 5월부터 3개월간 24개 중국 기업이 회계부정을 이유로 뉴욕증시와 토론토증시 등에서 대거 퇴출되면서 시작됐다. SEC는 작년 6월부터 해당 기업의 회계부정을 조사하면서 사베인스-옥슬리법을 근거로 중국 본사의 회계자료를 각 회계법인에 요구했다. 이 법은 외국계 상장사의 회계부정과 관련해 해당 경영진은 물론 담당 회계법인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은 국가기밀법과 증권감독위원회 감독 규정을 들어 맞섰다. 회계법인이 자국 기업의 회계정보를 외국 정부에 넘기면 국가기밀 유출로 분류해 처벌한다는 것이 골자다.
회계법인들이 이 감독 규정을 들어 자료 제출에 난색을 표하자 미국 상장사회계감독위원회는 작년 11월 “해당 회계법인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특별 관리하겠다”고 압박했다. 올 6월에는 SEC가 법적 조치를 경고하기도 했다.
중국 재정부 등은 “중국 기업 정보를 외국 정부에 넘기는 회계법인은 중국 내 사업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작년 10월에는 어떤 중국 기업 정보를 외국 감독기관에 제공했는지 보고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포기할 수 없는 중국 시장
SEC의 제소 내용을 미국 법원이 받아들이면 PwC 등 4대 글로벌 회계법인은 미국에서 중국 기업 상장 및 채권 발행 등과 관련된 업무를 못하게 될 수 있다. 중국 기업들의 해외 자금조달 업무를 사실상 독점해온 이들 회계법인으로서는 큰 타격이다.
그렇다고 미국 증권당국의 자료 제출 요구를 수용하기는 더 어렵다. 중국 공인회계사협회에 따르면 4대 회계법인은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95억위안(약 1조6531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중국인 고용을 늘리는 등 현지화 관련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모순된 규정을 개선하기 위해 SEC가 지난 7월부터 중국 규제 당국과 논의 중이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다. PwC 중국법인 관계자는 “SEC에도 가능한 한 협력하겠지만 중국법도 따를 수밖에 없다”며 난처한 상황을 토로했다. E&Y 중국법인은 성명을 내고 “법과 규정을 따를 수 있도록 미국과 중국 규제 당국이 관련 합의를 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 사베인스-옥슬리법
Sarbanes-Oxley Act. 상장기업 회계개혁 및 투자자보호법. 기업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2002년 미국에서 제정된 법이다. 상장기업의 회계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국적을 불문하고 기업 경영진과 회계법인을 처벌할 수 있다. 폴 사베인스와 마이클 옥슬리 하원 의원이 법안을 제출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