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중대 발표에 외계 생명체 확인 소식은 없었다. 우주탐사 위성 보이저 1호는 태양계를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영역에 진입하며 인간이 만든 물체 최초로 미지의 세계 진입을 눈앞에 뒀다.

NASA는 3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 지구물리학회’ 콘퍼런스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화성의 생명체 존재 여부를 알려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탐사 연구에서는 유보적인 결론을 내놓았다. 지난 8월 화성에 도착한 탐사로봇 큐리오시티의 화성토양 분석에서 물, 황, 염소 성분을 비롯해 유기물인 탄소화합물을 발견했지만 여기에 포함된 탄소의 근원에 대해서는 판단을 미뤘다. 탄소가 화성 토양에서 검출된 것인지, 아니면 큐리오시티의 실험장비에 포함돼 있던 미량의 지구 탄소를 예민한 장비가 감지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설명이다. 생물체를 구성하는 유기화합물은 반드시 탄소를 포함하기 때문에 이번에 검출된 탄소 성분이 화성 토양 것으로 최종 확인되면 과거 생명체가 존재했거나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이저 1호는 태양계 탈출이란 역사적 순간을 눈앞에 둔 것으로 확인됐다. NASA는 이날 보이저 1호가 태양권(heliosphere) 최외곽의 이른바 ‘자기장 고속도로’로 불리는 새로운 영역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자기장 고속도로는 태양권 내부 입자들이 바깥으로 나가고 성간(항성과 항성 사이의 공간) 우주 입자들이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일종의 통로다. 여러 방향으로 움직이던 전하들이 이곳에 진입하면 마치 고속도로에서 차가 이동하듯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과학자들은 태양계 내부에서는 동-서 방향으로 흐르는 자기장 흐름이 성간 공간으로 벗어나면 남-북 방향으로 바뀌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기장 흐름으로 볼 때 보이저 1호는 이 경계인 자기장 고속도로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NASA 측 설명이다.

보이저 1호의 현재 위치는 지구로부터 180억㎞ 떨어진 곳이다. 지구와 태양 간 거리의 120배에 달하며 빛의 속도(초당 30만㎞)로 17시간 떨어진 거리다.

보이저 연구책임자인 에드워드 스톤 캘리포니아공대(칼텍) 교수는 “보이저 1호는 외부 우주로의 마지막 여정에 접어들었다”며 “태양계를 완전히 벗어나는 데 몇 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1977년 9월 발사된 보이저 1호는 1979년 3월 목성을 통과한 데 이어 1980년 11월 토성을 지나며 두 행성의 영상을 최초로 보내왔다. 당초 1989년 임무를 종료할 예정이었지만 발사 후 35년이 지난 지금도 우주를 항해하고 있다. 쌍둥이 위성인 보이저 2호도 천왕성과 해왕성을 통과한 뒤 지구에서 147억㎞ 떨어진 곳을 비행하고 있다. 두 위성에는 외계 생명체와 만날 가능성에 대비해 한국어 ‘안녕하세요’ 등 55개 언어의 인사말, 27곡의 음악, 118장의 지구 사진 등이 실려 있다.

보이저 1호는 태양계를 벗어나 앞으로 성간 우주의 입자 및 자기장 변화 등을 연구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태양계 외의 다른 별을 만나기까지는 최소한 4만년의 시간이 필요해 그 이전에 임무를 마칠 것으로 과학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보이저 위성은 초소형 원자로를 이용한 전력공급장비(RTG)를 탑재한 덕분에 당초 기대보다 20년 이상 길게 우주를 항해하고 있지만 2025년께는 연료가 완전히 바닥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