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사법부가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강화한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의 헌법 개정안에 반발해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헌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대통령 찬반세력 간의 충돌도 확산되고 있다.

AFP통신은 2일(현지시간) 이집트 헌법재판소가 무기한 파업을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헌법재판소까지 파업에 가담함으로써 1919년 영국의 식민지배에 반대해 파업한 이후 93년 만에 처음으로 이집트 사법부가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앞서 대법원과 각급 법원들은 법원의 의회해산권을 제한하고 법원 판결보다 대통령령을 우선시한다는 내용이 담긴 무르시의 이른바 ‘파라오 헌법’에 반발해 재판업무를 거부했다.

이날 헌재에서는 헌법 개정안을 승인한 제헌의회에 대한 합법성 여부를 판단하는 재판이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무르시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 수천명은 헌재 건물을 장악하고 재판관들의 출입을 막았다. 헌재 측은 성명을 내고 “오늘은 이집트 사법 사상 가장 암울한 날”이라며 “재판관이 어떠한 심리적, 물리적 압력 없이 판결할 수 있을 때까지 업무를 무기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집트 판사들의 대표조직인 판사회는 오는 15일로 예정된 헌법 개정안 찬반 국민투표를 감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집트에서는 선거 감독업무를 판사들이 수행한다. 투표 감독을 거부하는 것은 국민투표 결과에 대한 합법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대립은 혁명으로 축출된 호스니 무바라크 전 정권 당시 임명된 사법부 요인들을 무르시가 몰아내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지난 7월 헌재는 작년 치러진 총선에서 부정선거가 이뤄졌다며 의회 해산을 명령했다. 하지만 무르시 대통령은 해산 하루 만에 의회 재소집을 명령하는 등 갈등이 커져왔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