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2월3일 오전 10시30분

AA+의 초우량 신용등급을 갖고 있는 SK에너지가 기관투자가를 확보하지 못해 회사채 발행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웅진홀딩스의 법정관리 신청 이후 회사채 시장이 냉각된 가운데 기관투자가의 연말 결산 시점과 맞물려 투자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경기 전망으로 인해 기관투자가들이 선뜻 장기 회사채 투자를 결정하지 못한 영향도 있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시장점유율 기준)의 정유업체인 SK에너지는 오는 6일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지난달 29일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3년 만기 2000억원, 5년 만기 1000억원, 7년 만기 1000억원, 10년 만기 1000억원어치 등을 발행할 예정이었다. 이 자금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갚는 데 1200억원, 설비 증설 투자에 3800억원을 사용할 계획이었다.

수요예측 결과 기관투자가의 반응은 싸늘했다. 3년과 5년 만기 회사채는 각각 1800억원, 1000억원어치의 수요가 있었지만 7년과 10년 만기 회사채에는 각각 400억원이 전부였다.

SK에너지는 인수 증권사들과 합의해 7년과 10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3년과 5년 만기 회사채만 각각 1200억원, 1800억원 발행키로 했다. 이에 따라 발행 규모는 5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40% 줄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연말을 앞두고 기관투자가들이 결산을 준비하는 시점이라 투자 결정을 쉽게 못하고 있다”며 “AA급 회사채마저 시장에서 외면당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