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 과세표준(과세 기준이 되는 소득) 조정,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파생상품 거래세 등 굵직한 세법 개정을 다룰 국회 조세소위원회가 오는 21일 다시 열린다. 지난달 22일 중단 이후 한 달 만이다. 하지만 대선이 끝난 직후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열리는 데다 마감 시한인 연말까지 시간이 촉박해 ‘제대로 된 논의가 가능하겠느냐’는 회의론이 국회와 정부 모두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140개 중 33개 재논의

국회 조세소위는 지난달 심사 대상인 140개 법안을 심의해 65개 법안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24개 법안은 수정 통과, 9개 법안은 계류, 9개 법안은 폐기했다.

일부 고소득층에 증세하거나 서민과 중산층을 지원하는 법안은 대부분 소위를 통과했다. 한부모 가정 소득공제(150만원), 연금소득 분리 과세(6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상향 조정), 저소득 근로자 비과세 수당 범위 확대(1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등이다. 여야는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20%에서 15%로 낮추고 현금영수증 소득공제율을 20%에서 30%로 상향 조정하는 법안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6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1인 가구 근로장려세제(EITC) 도입, 200만원 이상 고가 가방에 대한 개별소비세 과세 등도 원안대로 합의했다.

하지만 관심을 모았던 소득세 과표 구간 조정 등 33개 법안은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소득세의 경우 과표 최고구간(3억원)을 2억원으로 낮추는 안(나성린 새누리당 의원)과 1억5000만원으로 인하하는 안(이용섭 민주통합당 의원)이 대립했다. 정부는 당초 소득세 과표 구간 조정을 세법 개정안에 넣지 않았다. 하지만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비과세·감면 총액 한도를 신설하고 개인사업자의 최저한세율을 인상하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긍정적 입장인 반면 민주통합당은 반발하고 있어 전망이 불투명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벌써 12월인데 아직도 주요 사안은 어떻게 처리될지 오리무중”이라고 말했다.

○대선 결과 따라 크게 달라질 듯

부동산 경기에 숨통을 터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정부안)는 여야의 견해가 엇갈려 합의에 실패했다. 이미 잠정 합의에 이른 사안 중에도 향후 재논의 가능성이 높은 법안도 있다. 여야는 대기업 최저한세율을 14%에서 16%로 당초 정부안보다 1%포인트 상향 조정하는 대신 법인세율은 이번에 논의하지 않기로 잠정 합의했다.

하지만 대선 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정부 세제실과 국회 조세소위 안팎의 관측이다. 특히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대선에서 당선할 경우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이 대대적으로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근혜 후보가 당선하면 비과세·감면을 보다 과감하게 축소할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전적으로 편성권을 갖고 있는 예산안에 비해 세법 개정안은 국회의원들도 얼마든지 제출할 수 있기 때문에 대선 결과에 따라 세법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남아 있다”며 “다만 시일이 촉박해 충분한 검토 없이 졸속 입법 처리하는 법안이 대거 쏟아질까 그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