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지지' 하면서도 '구태정치' 공격… 사실상 차기 대권 첫발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후보의 3일 캠프 해단식은 자신의 정치인으로써의 단기적·장기적 과제를 언급하는 자리가 됐다. 자신의 지지 기반을 공고히 하고 정치적 책무를 재확인한 계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안 전 후보는 이날 분명히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 대한 지지와 지원 의사를 확인했다. 그러나 지원 방법과 시기 등 구체적 방안은 밝히지 않았다. 공직선거법상 저촉 위험이 있긴 했지만,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 다소 뒤지는 양상인 문 후보 측이 바라는 수준엔 미달했다.

이유가 뭘까. 안 전 후보는 이미 자신의 단기적 과제를 '정권 교체' 로, 장기적 과제는 '새 정치' 로 설정했다. 큰 틀에서 새 정치와 정치 쇄신 프레임을 자신이 가져가면서 정치인으로써의 입지를 다지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날 해단식에서의 발언도 이러한 문맥에서 읽으면 의미가 뚜렷해진다.

안 전 후보는 "지난달 23일 사퇴 기자회견 때 정권 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 단일후보인 문 후보를 성원해달라고 말씀드렸다" 며 "저와 함께 새 정치와 정권 교체의 희망을 만들어 오신 지지자 여러분께서 이제 큰마음으로 제 뜻을 받아주실 것으로 믿는다" 고 말했다.

이는 명백히 자신의 지지층에게 문 후보 지지를 당부한 것이다. 중도·무당파 지지층이 이탈하는 데 대한 문 후보 측의 고심을 감안한 언급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체 대선 판도에 대해선 민주당과 새누리당을 함께 비판했다. 그는 "지금 대선은 거꾸로 가고 있다" "국민 여망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고 진단했다. 구태정치 청산과 새 정치 실현의 필요성을 제기한 셈.

이어 안 전 후보는 "새 정치를 바라는 시대정신은 보이지 않고 과거에 집착해 싸우고 있다" 며 "대선에서 흑색선전, 이전투구, 인신공격이 난무하고 있다" 고 단언했다. "대립적 정치와 일방적 국정이 반복되면 새로운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고도 했다.

그는 또 "오늘의 헤어짐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 이라며 "새 정치의 길 위에 저 자신을 더욱 단련해 항상 함께 할 것" 이라고 힘줘 말했다.

결과적으로 안 전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위해 문 후보를 '비판적 지지' 하지만, 이와 별개로 미흡한 구태정치 청산은 자신이 감당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새 정치 실현을 위한 정치인으로써의 행보를 이어나갈 것을 선언했다. '후보 사퇴자' 가 아닌 '차기 대권 주자' 인 안철수로써의 첫 발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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