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국회의 새해 예산안 처리가 헌법이 정한 법정시한(12월2일)을 넘겼다. 2004년부터 9년째 이어지고 있다. 오는 19일 18대 대통령 선거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법정시한은 물론 대선 이후로 예산안 처리가 넘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줄줄이 새해 예산안을 확정하지 못하게 된다.

◆대선 이후로 처리 늦춰질 듯

장윤석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새누리당 소속)은 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직 법사위가 예비심사 보고서를 내지 않았고, 정부 예산안의 감액처리도 마무리되지 않아 새해 예산안 처리가 법정시한을 넘기게 됐다”며 “대선 이전에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이를 위해 3일 오전 10시 예결위 산하 계수조정소위원회를 열기로 했으며, 협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올해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9일)까지 처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이견을 보이고 있는 사안이 많은 데다 아직 정부 예산안 중 감액사안조차 확정 짓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결위 핵심 관계자는 “계수소위의 감액 심사가 대략 마무리됐지만 보류된 쟁점 항목이 많아 추가적인 여야 협의가 필요하다”며 “대선 이후로 예산 처리가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계수소위는 통상 감액 심사를 통해 3조~4조원의 재원을 마련한 뒤 그 범위 내에서 증액 심사에 들어가는데 현재까지 삭감한 금액은 세입에서 7574억원, 세출에서 1조376억원 정도다. 나머지 2조~3조원의 예산 항목들은 추가 논의 과제로 미뤄둔 셈이다. 감액을 마무리하고, 증액을 통해 확정 지으려면 일정상 9일 본회의 통과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 힘겨루기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부딪치고 있는 사안으로는 제주해군기지 예산 약 2000억원, 파워팩(엔진+변속기) 문제가 불거진 차세대 전차 K2 예산 2600억원 등이다. 검찰의 특수활동비 감액과 함께 정부가 세외(稅外)수입으로 편성한 기업은행 지분매각액(5조1000억원) 등에 대해서도 심사가 미뤄졌다.

세법개정안 처리가 늦어지는 점도 걸림돌이다. 세법개정안은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 있는 부수법안으로 예산안과 함께 처리해야 한다. 그렇지만 소관상임위인 기획재정위는 대선일 이후인 21~24일께 관련 법안을 처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고 있는 것은 대선 일정과 맞물려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여야가 자기당 소속 대선 후보 공약을 새해 예산에 반영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다 보니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또 상당수 여야 예결위원들이 대선 득표 활동을 위해 각 지역구에 내려가거나 대선 후보와 함께 유세를 펼치고 있다는 점도 예산안 처리 지연의 한 이유다.

민주당은 이날 대선 후보 관련 예산은 이번 예산 심사에서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야당 간사인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누가 대통령이 되든 추경을 통해 추가로 예산을 반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