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기업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3곳 중 1곳은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감소했고 4곳 중 1곳은 적자를 냈다. 지난해 3분기 실적이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전년도보다 좋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상장사 실적 악화의 골이 더 깊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3곳 중 1곳만 이익 증가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2일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631곳이 3분기 개별 및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285조8251억원의 매출과 21조7020억원의 영업이익, 16조8954억원의 순이익을 냈다고 발표했다. 결산기 변경이나 합병 등으로 전년도 실적과 비교가 어려운 기업과 금융회사는 집계에서 제외됐다.

상장사 실적의 ‘숲’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나쁘지 않다. 분석 대상 631개사의 매출은 4.97% 늘었고 영업이익은 41.45%, 순이익은 200.5% 급증했다.

그러나 ‘나무’를 들여다 보면 달라진다. 지난해 3분기보다 영업이익이 증가한 기업은 210개로 전체의 3분의 1에 그친다. 전체의 34.39%인 217개사는 전년 동기보다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이 중 70개 기업은 영업이익이 50% 이상 줄었다. 지난해 3분기 적자를 낸 145개 기업 중 올해 흑자로 전환한 기업은 55개뿐이고 90개는 연속해서 적자를 냈다. 59개 기업은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삼성전자(113.51%) 한국전력(118.7%) 등 일부 대기업의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전체 상장사의 실적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는 ‘착시’가 일어났다. 일회성 요인도 있었다. 삼성SDI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가 삼성디스플레이에 흡수 합병되는 과정에서 3조9000억원의 관계사 지분 처분이익을 얻었다.

지난해 3분기 실적이 전년도보다 악화됐던 ‘기저효과’도 감안해야 한다. 지난해 3분기 상장사 영업이익은 15조3429억원으로 2010년 3분기보다 26.01% 감소했다. 올해 3분기 상장사 영업이익 21조7020억원은 2년 전인 2010년 3분기와 비교하면 4.66% 증가한 수준이다.

업종별로는 종이목재 전기전자 전기가스 운수창고 건설 업종의 영업이익이 2배 이상 증가한 반면 기계 서비스 운수장비 유통 의료정밀 의약품 철강금속 통신 화학 업종의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631개사의 지난 9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92.43%로 지난해 말 95.71%보다 3.28%포인트 낮아졌다.

◆3월 결산법인 상반기 영업이익 감소

유가증권시장 3월 결산법인 43곳의 개별 및 별도 재무제표 기준 상반기(4~9월) 영업이익은 3조2654억원, 순이익은 2조540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08%와 5.78% 감소했다. 22개 증권사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30.7%와 35.2% 급감했다. 반면 12개 보험사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7.9%, 4.2% 증가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