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만달러 타운하우스 짓기도 전에 다 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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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나는 미국경기 현장 가보니 (上) 2001년 부동산 호황 다시 오나
압류주택 골치 옛말…은행 연2%대 저금리 대출 경쟁
매수세 회복되면서 가격도 상승 "이참에 집 사놓자"
압류주택 골치 옛말…은행 연2%대 저금리 대출 경쟁
매수세 회복되면서 가격도 상승 "이참에 집 사놓자"
미국 버지니아주 북쪽의 대형 쇼핑몰 타이슨스코너에서 약 1㎞ 떨어진 소도시 아이들우드의 신축 타운하우스 ‘타이슨스 오버룩’. 1일(현지시간) 이곳에서 만난 중소 건설업체 카홈의 캘빈 스트라처 소장(50)은 “2005~2007년의 호황기 때보다는 못하지만 최근 4~5년간을 따지면 경기가 가장 좋다”고 했다. 그는 “타운하우스 한 채 가격이 70만달러에 이르지만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워낙 낮아 집을 장만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미국 부동산 경기 지표의 호전은 현장에서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주택건설업체와 부동산 중개인들은 일감이 늘어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은행들은 연 2%대 초저금리를 제시하며 대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압류 주택으로 골치를 앓았던 일은 옛이야기가 됐다.
◆“2001년 부동산 경기 재현”
주택뿐만 아니다. 상가 경기도 꿈틀거리고 있다.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시 피켓쇼핑센터의 할인매장 로스는 리모델링 중이다. 매장 주인이 바뀐 뒤 새 단장에 들어간 것. 작업반장인 홀 프란세스(43)는 “크리스마스 전까지 공사를 마쳐야 한다”며 “쇼핑 고객이 늘어나면서 상가 리모델링 수요도 늘어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부동산중개업체 롱앤드포스터의 코비 알라우이 중개사(45)는 “최근 부동산 경기가 2001년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당시 제조업과 서비스업종은 대규모 해고가 이어지는 등 극심한 경기불황에 빠졌지만 부동산 경기는 나홀로 호황이었다. 부동산 경기가 소비를 지탱하면서 경기가 크게 하락하지 않았고 침체 기간도 줄었다.
하지만 부동산발(發) 경기 회복을 지나치게 낙관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기업의 설비투자가 여전히 부진한 데다 높은 실업률(10월 현재 7.9%)도 전반적인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재정절벽(fiscal cliff)’ 우려가 해소될지도 아직 불투명하다.
◆초저금리의 힘…모기지 대출 경쟁
부동산 열기는 은행 대출창구에서도 느낄 수 있다. 은행들은 우량 고객 유치 경쟁에 나섰다. 뉴욕 모건스탠리 웰스매지니먼트의 모기지 담당 PB(프라이빗뱅커) 로버트 래니브(38)는 “30년 만기 고정금리로 41만7000달러 이하짜리 집을 살 경우 평균 연3.375%에 돈을 빌려줄 수 있다”며 “대출금리가 지난해보다 0.5~1.0%포인트 떨어졌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전의 절반 수준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웰스파고 등은 우량 고객에게 연 2%대 후반까지 제시하고 있다.
HSBC 서던캘리포니아 지역본부장인 박자영 수석부행장은 “올 들어 본부 내 대출 자산이 지난해보다 50% 이상 늘어났다”며 “압류 주택이 줄어드는 등 시장이 안정되고 있는 데다 이자가 워낙 싸다 보니 지금 집을 사놓자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규 대출의 절반은 재융자(리파이낸싱) 대출”이라고 덧붙였다. 기존의 고금리 대출을 갚고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는 고객들이 크게 늘었다는 것.
뉴저지주에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은행원 데이비드 스콧(37)은 “앞으로 상당 기간 저금리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최근 변동금리 대출상품으로 바꿨다”며 “한 달에 이자비용이 300달러씩 줄어 생활에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 회복이 소비지출 확대로 이어지면서 경제 전반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는 셈이다.
워싱턴·뉴욕=장진모/유창재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