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과 테마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역사를 돌아보면 주식시장엔 항상 테마가 있었다.

중동 건설 붐이 한창이었던 1970년대에는 건설주가 테마를 형성하며 연일 상한가를 달렸다. 페인트를 만드는 업체인 건설화학이 이름에 ‘건설’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건설주와 함께 오르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1980년대 후반에는 이른바 ‘만리장성 테마주’가 있었다. 중국이 만리장성에 바람막이 공사를 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알루미늄 새시 업체를 비롯한 몇몇 기업 주가가 급등했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일어난 튤립 투기와 1930년대 일제강점기에 있었던 금광 열풍도 테마주와 비슷한 점이 있다. 튤립과 금이 당시 시장의 테마였던 것이다.

테마주는 한때 열풍을 일으켰다가 어느 순간 가격 거품이 빠지면서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입히곤 한다. 때문에 테마주라고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올 들어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선거를 계기로 등장한 ‘정치테마주’도 많은 투자자에게 손실을 입혔다.

하지만 테마주가 항상 실체 없이 허황된 것만은 아니다. 다른 한편으로 테마주는 산업의 구조적 변화나 새로운 사회경제적 트렌드를 반영한다. 올 하반기 증시에서는 중국에 현지법인이 있거나 중국 수출을 많이 하는 필수소비재 기업이 강세를 보였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소비시장으로 변모하면서 중국에 진출한 기업의 실적이 급격히 좋아졌기 때문이다. ‘중국 내수소비 테마’가 시장을 이끌어 간 것이다. ‘강남스타일’ 등 K팝 열풍을 타고 엔터테인먼트주가 급등한 것도 마찬가지다.

‘카더라’식 뜬소문이나 막연한 기대감이 전부라면 테마주 투자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그러나 산업 구조 변화의 테마와 소비 트렌드의 테마를 잘 살핀다면 미래 성장주를 남보다 앞서 골라낼 수 있다. 한국경제TV 와우넷 전문가들은 터치패널 전자결제 셰일가스 헬스케어 등을 차세대 주도주로 성장할 테마주로 꼽았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