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 토론] 형사사법 체계 근간 흔들 문제…여론·勢몰이로 해결해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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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에 즈음해 또 다시 검찰과 경찰 간의 수사권조정 문제가 거론되며 후보공약에까지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현직 검찰간부의 비리사건이 겹치면서 양 기관 간의 자존심 싸움마저 얽혀 더욱 어수선한 국면이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시류에 휘말려 즉흥적인 논란을 벌이기보다는 문제의 근원을 살펴 근본적 처방을 찾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요즘 떠도는 세간의 통속적 논의처럼 단순한 기관 간 권한다툼이나 역할 분담의 막연한 논법이 아니라 실은 우리 형사사법체계의 핵심에 관한 중요한 문제라는 사실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범죄의 수사권이나 수사지휘 문제는 한 나라 형사사법 구조의 원리에 관한 것으로 정치적 논란에 따른 검찰개혁의 수단이나 비리 검사의 척결과는 본질상 무관한 형사법제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항이라면 그에 맞는 적절한 방안을 강구할 일이지 굳이 이러한 수사권 문제와 결부해 논란할 대상은 아니라는 뜻이다.
필자는 근래 형사소송법 개정의 계기가 된 지난 국회 사개특위의 전 과정에 직접 참여한 전문가의 한사람으로 검찰과 경찰 간의 수사권 문제는 집단 감성이나 구호가 아닌 객관적 진단 평가를 통해 문제의 본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올바른 해법으로 접근해야 할 것임을 강조하며 막연한 여론몰이나 세대결로 가서는 안 될 것임을 누누이 지적한 바 있다.
과연 검찰과 경찰이 그렇게 다투는 수사권은 무엇이며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그 본질에 관한 기본적 이해와 최소한의 법리 파악이라도 갖추고 이를 논해야 마땅할 것이다.
19세기초 탄생한 검사제도
법치와 인권보장 위한 장치
형사사법체계의 핵심은 범죄수사와 재판이다. 과거 근대 법치주의 시대 이전에는 소추와 재판이라는 두 기능이 분화되지 않은 채 규문적인 법원의 재판과 그 준비를 위한 국가권력의 경찰에 의한 광범한 수사로 무제한의 수사권이 행사되는 형태였다. 이러한 근대 이전의 체제는 소위 경찰국가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치안과 질서의 명분 아래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광범위한 침해가 가능했고 그에 대한 어떠한 법적 통제도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다 19세기 초 프랑스대혁명 이후 법치주의와 인권보장을 위한 새로운 장치인 검사제도의 탄생으로 수사와 소추, 즉 기소 이전의 형사작용은 판사와 동일한 자격을 가진 사법관인 검사가 맡는 사법영역이며 기소 후의 심판은 판사가 맡는 사법영역으로 구조화된 것이다. 그에 따라 수사·소추와 재판이라는 두 기능의 분리가 이뤄지면서 재판은 판사가, 수사와 공소는 검사가 담당하는 오늘날의 탄핵주의 소송구조가 정착된 셈이다.
따라서 이러한 본질과 구조를 무시한 채 그저 단순한 기관 간 조정 같은 업무개선 차원이나 집단 간 갈등으로 보고 적당히 정치적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 식의 피상적 접근은 자칫 한 나라 형사사법체계의 축을 섣불리 훼손하거나 왜곡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검사제도의 탄생 이래 검사의 권한이자 임무로 부여된 공소 기능과 그 준비절차로서의 수사지휘 기능은 근대 형사법원리상 법원의 재판기능과 같은 사법작용으로 규율된다는 원리에 서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만연히 검사가 갖는 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넘겨준다거나, 단지 공소권만 행사하도록 한다는 등의 주장은 검사제도의 본질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섣부른 논법이 아닐 수 없다.
그와 같은 검사의 사법적 역할과 법전문가 작용은 선진 각국의 사례를 보아도 본질상 대체로 같다.
먼저 대륙법계인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검사가 수사의 주재자로서 경찰의 모든 수사를 지휘한다. 일본 또한 상호협력의 형식상 표현에도 불구하고 수사에 대한 근본적 권한과 지휘통제권을 보유하고 있다. 영미법계의 경우도 강제수사를 위한 영장 신청 등 경우 실무상 법전문가인 검사의 지휘와 관여를 통해서만 처리가 가능하도록 구조화되어 있고, 검사제도가 없었던 영국도 근래 검사를 창설해 제도화한 바 있다. 특히 영미의 경우 구속에 관하여는 치안판사(magistrate judge)가 직접 전면에 나서 이를 심사 통제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수행기관과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 경찰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기능은 공통적인 원리다. 구체적인 발현형태는 다르지만 국가의 수사기능이 법전문가인 사법직능의 통제 아래 작동하도록 되어 있는 점은 공통의 원리인 셈이다.
독일·일본 등 형식 달라도
경찰 수사 '사법적 통제' 동일
그러므로 검사를 배제한 채 경찰을 독자적 수사기관으로 해서 검찰과 경찰을 경쟁관계나 협력관계로 재정립하자는 주장은 그러한 사법구조의 본질이나 사법통제의 보편원리에 맞지 않는 어설픈 관념이다. 법원의 재판 권능을 다른 기관과 나누어 경쟁, 협력하도록 하자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논법이다.
물론 그간 우리 검찰도 본래 제도의 취지와는 달리 지나치게 직접 수사에 매몰되어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점이 있다. 그에 따라 검찰과 경찰의 이중수사 행태 등으로 동종 기관처럼 보이게 한 점이 문제의 원인이기도 했다. 그러므로 그 해결책은 본래의 구조 원리에 어긋나지 않게 양자의 권능을 적절히 조정하느냐에 달려 있는 게 아닌가 한다.
검찰은 수사의 주재자이면서 사법통제를 위한 지도감독 기관으로 그 본래의 임무에 중점을 두도록 하고 경찰은 그러한 구도 하에서 적정 범위 내의 수사활동을 책임질 수 있도록 하면 될 것이다.
실제로 수사권 행사를 위한 경찰의 각종 권한은 전부터 주어져 왔던 것이고 지난 형소법 개정을 통해 그러한 취지를 보다 명확히 밝혀 준 것이다.
한편 경찰 조직도 그러한 원리에 맞게 사법경찰과 행정(보안)경찰을 분리시키는 형사사법 기능의 체계화와 사법통제 기능의 올바른 작동을 위한 체제재편 작업이 반드시 선결과제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법규범 본질과 제도의 역사적 발전 원리를 기초로 그에 합당한 차원에서 새로운 권한 기능의 개선을 논해야 할 것이지 막연한 피상적 관찰이나 정치사회적 관점에서 섣불리 논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시류에 휘말려 즉흥적인 논란을 벌이기보다는 문제의 근원을 살펴 근본적 처방을 찾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요즘 떠도는 세간의 통속적 논의처럼 단순한 기관 간 권한다툼이나 역할 분담의 막연한 논법이 아니라 실은 우리 형사사법체계의 핵심에 관한 중요한 문제라는 사실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범죄의 수사권이나 수사지휘 문제는 한 나라 형사사법 구조의 원리에 관한 것으로 정치적 논란에 따른 검찰개혁의 수단이나 비리 검사의 척결과는 본질상 무관한 형사법제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항이라면 그에 맞는 적절한 방안을 강구할 일이지 굳이 이러한 수사권 문제와 결부해 논란할 대상은 아니라는 뜻이다.
필자는 근래 형사소송법 개정의 계기가 된 지난 국회 사개특위의 전 과정에 직접 참여한 전문가의 한사람으로 검찰과 경찰 간의 수사권 문제는 집단 감성이나 구호가 아닌 객관적 진단 평가를 통해 문제의 본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올바른 해법으로 접근해야 할 것임을 강조하며 막연한 여론몰이나 세대결로 가서는 안 될 것임을 누누이 지적한 바 있다.
과연 검찰과 경찰이 그렇게 다투는 수사권은 무엇이며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그 본질에 관한 기본적 이해와 최소한의 법리 파악이라도 갖추고 이를 논해야 마땅할 것이다.
19세기초 탄생한 검사제도
법치와 인권보장 위한 장치
형사사법체계의 핵심은 범죄수사와 재판이다. 과거 근대 법치주의 시대 이전에는 소추와 재판이라는 두 기능이 분화되지 않은 채 규문적인 법원의 재판과 그 준비를 위한 국가권력의 경찰에 의한 광범한 수사로 무제한의 수사권이 행사되는 형태였다. 이러한 근대 이전의 체제는 소위 경찰국가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치안과 질서의 명분 아래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광범위한 침해가 가능했고 그에 대한 어떠한 법적 통제도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다 19세기 초 프랑스대혁명 이후 법치주의와 인권보장을 위한 새로운 장치인 검사제도의 탄생으로 수사와 소추, 즉 기소 이전의 형사작용은 판사와 동일한 자격을 가진 사법관인 검사가 맡는 사법영역이며 기소 후의 심판은 판사가 맡는 사법영역으로 구조화된 것이다. 그에 따라 수사·소추와 재판이라는 두 기능의 분리가 이뤄지면서 재판은 판사가, 수사와 공소는 검사가 담당하는 오늘날의 탄핵주의 소송구조가 정착된 셈이다.
따라서 이러한 본질과 구조를 무시한 채 그저 단순한 기관 간 조정 같은 업무개선 차원이나 집단 간 갈등으로 보고 적당히 정치적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 식의 피상적 접근은 자칫 한 나라 형사사법체계의 축을 섣불리 훼손하거나 왜곡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검사제도의 탄생 이래 검사의 권한이자 임무로 부여된 공소 기능과 그 준비절차로서의 수사지휘 기능은 근대 형사법원리상 법원의 재판기능과 같은 사법작용으로 규율된다는 원리에 서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만연히 검사가 갖는 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넘겨준다거나, 단지 공소권만 행사하도록 한다는 등의 주장은 검사제도의 본질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섣부른 논법이 아닐 수 없다.
그와 같은 검사의 사법적 역할과 법전문가 작용은 선진 각국의 사례를 보아도 본질상 대체로 같다.
먼저 대륙법계인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검사가 수사의 주재자로서 경찰의 모든 수사를 지휘한다. 일본 또한 상호협력의 형식상 표현에도 불구하고 수사에 대한 근본적 권한과 지휘통제권을 보유하고 있다. 영미법계의 경우도 강제수사를 위한 영장 신청 등 경우 실무상 법전문가인 검사의 지휘와 관여를 통해서만 처리가 가능하도록 구조화되어 있고, 검사제도가 없었던 영국도 근래 검사를 창설해 제도화한 바 있다. 특히 영미의 경우 구속에 관하여는 치안판사(magistrate judge)가 직접 전면에 나서 이를 심사 통제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수행기관과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 경찰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기능은 공통적인 원리다. 구체적인 발현형태는 다르지만 국가의 수사기능이 법전문가인 사법직능의 통제 아래 작동하도록 되어 있는 점은 공통의 원리인 셈이다.
독일·일본 등 형식 달라도
경찰 수사 '사법적 통제' 동일
그러므로 검사를 배제한 채 경찰을 독자적 수사기관으로 해서 검찰과 경찰을 경쟁관계나 협력관계로 재정립하자는 주장은 그러한 사법구조의 본질이나 사법통제의 보편원리에 맞지 않는 어설픈 관념이다. 법원의 재판 권능을 다른 기관과 나누어 경쟁, 협력하도록 하자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논법이다.
물론 그간 우리 검찰도 본래 제도의 취지와는 달리 지나치게 직접 수사에 매몰되어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점이 있다. 그에 따라 검찰과 경찰의 이중수사 행태 등으로 동종 기관처럼 보이게 한 점이 문제의 원인이기도 했다. 그러므로 그 해결책은 본래의 구조 원리에 어긋나지 않게 양자의 권능을 적절히 조정하느냐에 달려 있는 게 아닌가 한다.
검찰은 수사의 주재자이면서 사법통제를 위한 지도감독 기관으로 그 본래의 임무에 중점을 두도록 하고 경찰은 그러한 구도 하에서 적정 범위 내의 수사활동을 책임질 수 있도록 하면 될 것이다.
실제로 수사권 행사를 위한 경찰의 각종 권한은 전부터 주어져 왔던 것이고 지난 형소법 개정을 통해 그러한 취지를 보다 명확히 밝혀 준 것이다.
한편 경찰 조직도 그러한 원리에 맞게 사법경찰과 행정(보안)경찰을 분리시키는 형사사법 기능의 체계화와 사법통제 기능의 올바른 작동을 위한 체제재편 작업이 반드시 선결과제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법규범 본질과 제도의 역사적 발전 원리를 기초로 그에 합당한 차원에서 새로운 권한 기능의 개선을 논해야 할 것이지 막연한 피상적 관찰이나 정치사회적 관점에서 섣불리 논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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