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대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52·사진)에 대해 22일 검찰이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징역 4년을 구형했다. 횡령·배임 혐의로 함께 기소된 동생 최재원 그룹 수석부회장(49)에게는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선고는 다음달 28일이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원범)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범행 때부터 사법처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사전 대비를 하는 등 죄질이 나쁘다”며 “양형기준에 따르면 집행유예를 선고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SK그룹은 진술조작, 서류조작 등 ‘위증 잔치’를 벌였다”며 “최 회장은 과거 집행유예 판결 및 사면을 받아 수사를 방해해도 된다는 인식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이며, 법 위에 군림하려는 재벌의 모습”이라고 비난했다. 검찰은 함께 기소된 김준홍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에게 징역 5년, 장모 전무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최후진술에서 최 회장은 “하지도, 알지도 못한 일로 기소돼 괴로웠지만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동생(최 부회장) 등에게 선처해 달라”고 말했다. 최 부회장은 “순간의 경솔함으로 일어난 일”이라며 “집안의 기둥으로 의지했던 최 회장에게 면목이 없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신중히 처신하겠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최 회장의 계획적 범죄가 아닌, 최 부회장과 김 대표 등의 우발적 범행”이라고 최후변론했다. SK그룹 측은 “구형량이 생각보다 높아 당혹스럽다”며 “무죄 입증에 최선을 다했는데 청천벽력 같은 일”이라고 우려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