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 측이 14일 단일화 협상 잠정 중단을 선언함에 따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의 야권단일화 협상이 중대 기로에 섰다. 안 후보는 이날 단일화 협상 잠정 중단 카드로 문 후보를 압박하고 나섰다. 지난 6일 단일화 합의 이후 문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는 반면 안 후보 지지율은 정체된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안 후보 측이 가장 문제삼고 나선 것은 이날 일부 언론이 익명의 선대위 핵심인사 말을 인용,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주말이 지나면 안 후보가 양보할 수 있다”고 보도한 ‘안철수 양보론’이다.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은 “민주당 쪽에서 단일화 정신을 해치는 발언이 거듭 나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민영 대변인도 “문 후보 측과 민주당 측의 신뢰를 깨는 행위는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안 후보 측은 단일화 협상팀에 참여한 인사에 대한 인신공격도 문제삼았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단일화 협상팀에 이명박 대통령의 참모 출신이자 지난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신청했던 이태규 미래기획실장이 참여한 데 대해 문 후보 측 백원우 전 의원이 트위터에 “모욕감을 느낀다”는 글을 올린 것을 문제삼은 것이란 지적이다.

이 같은 안 후보 측의 기류는 이날 예상됐던 ‘새정치공동선언’ 발표 시기 연장 때부터 감지됐다. 전날 양측은 합의를 한 상태였으나 안 후보 측이 추가협상을 요구한 게 이를 뒷받침 한다. 물론 내부적으로는 문 후보 측의 과도한 조직 동원에 대한 불만의 표시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문 후보 측 시민캠프 대표가 ‘100만 민란’ 회원들에게 발송한 “오늘 몇 차례 여론조사가 진행되니 꼭 응답해 달라. 부재중이면 착신으로 돌려달라”는 내용의 문자가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지역에서 ‘안 후보 양보론’을 퍼뜨리는 일명 ‘구전홍보단’이 활동하고 있다는 전화 제보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단일화 협의 중단 결정은 조광희 비서실장, 금태섭 상황실장 등 캠프 내 비(非) 민주당 출신의 ‘매파’가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은 “협의 중단 사태로 두 후보의 이미지는 모두 타격을 입었다”고 우려를 하면서 “문 후보 주변에서 불거진 일이니 책임있는 사람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여론 흐름 ‘반전용’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6일 단일화 합의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에게 열세로 돌아선 결과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특히 일부 조사에는 안 후보가 문 후보에 비해 경쟁우위라고 강조해온 본선 경쟁력에서도 문 후보에게 뒤진 것으로 나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판을 한 번 강하게 흔들겠다는 승부수인데 단일화를 원하는 유권자들에게 불안감을 주는 측면과 다소 밋밋하게 흘러가던 단일화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며 “안 후보가 이를 어떻게 핸들링하느냐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허란/김형호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