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술로 개발한 KT-1 기본훈련기가 페루에 수출된다. 브라질이 독점하고 있는 중남미 항공기 시장에 국산 항공기가 첫발을 내딛게 됐다. 남미지역 추가 수출과 함께 필리핀, 콜롬비아 등 잠재 수요국으로의 수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KAI, ‘파트너십 마케팅’ 성공

KOTRA와 방위사업청은 6일 페루정부와 페루 공군 훈련기 교체사업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훈련기 KT-1 10대와 경공격기 KA-1 10대를 정부 간 거래방식으로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총 2억달러 규모로 향후 4년 내 훈련기 인도를 완료할 계획이다. 페루 현지에서 열린 계약식에는 오얀타 우말라 대통령, 페드로 카트리아노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한국 측에서는 김홍경 KAI 사장, 오영호 KOTRA 사장, 노대래 방위사업청장이 참석했다.

KT-1은 KAI와 국방과학연구소(ADD)가 1998년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기본훈련기다. 한국 공군이 2000년부터 100여대를 인도받아 조종사의 비행훈련을 위한 기본훈련기와 무장을 탑재한 경공격기로 운용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세 차례에 걸쳐 총 17대를 수출했고, 터키와 40대 수출 계약을 체결해 2007년부터 납품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이 국산 항공기의 남미진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페루를 포함한 남미 훈련기 시장은 지리적정치적 우위를 바탕으로 브라질과 스위스업체가 독점하고 있다. 남미에서 운용되는 전체 훈련기 860여대 중 절반가량이 브라질 엠브레어 제품이고 페루 공군이 운용 중인 훈련기 역시 엠브레어의 EMB-312 기종이다.

KAI가 막판까지 치열하게 경합했던 엠브레어 등을 제치고 계약을 따낼 수 있었던 것은 민·관·군이 파트너십을 이룬 차별화된 마케팅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정부는 사업자 선정이 시작된 2008년 이후 총 5차례에 걸친 정상회담과 3차례의 의원외교 활동을 통해 KT-1 수출을 측면 지원했다. 방사청도 KT-1에 대한 품질과 계약이행관리 보증을 통해 거래 성사에 결정적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KAI 역시 경쟁기종 대비 30% 저렴한 유지비 등 우수한 경제성을 적극 홍보하는 한편 페루 정부가 추진 중인 고용창출 정책에 착안해 현지 업체와의 공동생산, 항공 기술 교육 등 다양한 산업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T-50 수출도 기대

KAI는 향후 남미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해 수출기종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지 생산과 후속군수지원을 위한 생산 기지, 마케팅 파트너를 확보하기 위해 페루 국방부 산하 항공업체인 제만사와 전략적 제휴도 맺었다.

이를 통해 KT-1 추가 수출은 물론 초음속 훈련기 T-50,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등 다양한 기종으로 수출품목을 확대하기로 했다. 남미시장은 KT-1급 훈련기 200대를 포함해 향후 20년간 총 900여대의 추가 항공기 수요가 예상된다.

김 사장은 “이번 계약은 브라질 등이 장악하고 있는 남미 훈련기 시장에 국산 항공기가 처음으로 수출됐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다”며 “KAI의 인지도와 신뢰성이 높아져 세계 항공기시장에서 T-50, 수리온 등 국산항공기 수출이 촉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KAI는 지난해 인도네시아에 처음으로 T-50을 수출한 데 이어 이라크, 칠레, 필리핀, 미국과 수출협상을 진행 중이다. 수리온도 몇몇 국가를 상대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고 KAI 측은 덧붙였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