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 한전사장 자진 사의] 전기료 인상 놓고 마찰…정부에 '미운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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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거래소 소송 결정타…9월부터 경질설 나돌아
후임인선 한 달 걸릴 듯…현정부서 임명 못할수 도
후임인선 한 달 걸릴 듯…현정부서 임명 못할수 도
김중겸 한국전력 사장이 자진 사퇴를 결심한 배경에는 지난 8월 전기요금 인상 과정에서 정부와 빚은 갈등과 연이어 불거진 청와대 경질설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작년 9월 취임 이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한전 적자의 고리를 끊기 위해선 두 자릿수 이상의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정부와 한치의 양보도 없는 기싸움을 벌여왔다.
청와대는 일단 김 사장의 사표를 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대통령 선거를 불과 40여일 앞둔 상황에서 최대 공기업 수장에 대한 인선 작업을 할 수 있을지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와 좌충우돌 끝에 낙마
정부 안팎에선 이미 9월 초부터 김 사장 경질설이 흘러나왔다. 한전이 8월29일 전력거래소와 발전 비용평가위원들을 상대로 4조40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계획을 밝힌 직후다. 한전은 전력거래소가 전력구매 비용을 잘못 계산해 적자 구조가 악화됐다며 발전 자회사에 지급하는 전력구매 대금을 자체 감액하고, 손배 소송을 제기키로 결정했었다.
이에 지식경제부는 이튿날 “한전이 제기하는 소송이나 전력대금 감액 조치가 전력시장 운영에 지장을 줄 경우 강력 제재하겠다”는 내용의 경고성 공문을 김 사장에게 발송했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한전이 다른 공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내겠다는 것도 이례적이었지만 정부가 곧바로 공문을 통해 제동을 건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며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 과정에서 한전에 품었던 불편한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김 사장은 올해 전기요금 인상작업이 시작됐던 6월 이후 인상폭을 놓고 정부와 팽팽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한전 이사회는 1차로 정부에 제출한 13.1%의 인상 요구안이 반려되자 오히려 더 높은 16.8%의 인상안을 전달했다.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제시한 4~5%대의 인상 가이드라인을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다. 양측 간 신경전은 결국 8월 최종 전기료 인상 요율이 4.9%로 결정되며 정부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관가 일각에선 정부가 한전에 대한 통제권을 잃었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이 과정에서 김 사장에 대한 정부의 앙금이 커졌을 것이란 관측이다.
◆후임자 선정, 대선이 최대 변수
후임 사장 공모절차는 최소 한 달 정도 소요될 전망이다. 위원회 구성부터 임명까지 바로 진행하면 다음달 중에 후임자를 선정할 수 있다.
하지만 시기가 문제다. 대선이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물러가는 이명박 정부가 최대 공기업 사장을 바로 뽑기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한전은 전기요금 등 물가와 관련한 민감한 이슈를 쥐고 있는 기업인 만큼 대통령 당선자의 의중도 무시할 수 없다. 만약 대선 전에 후임자 선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한전은 최대 현안인 경영 적자 감축, 전기요금 재인상 등을 강도 높게 추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후임 사장 후보자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며 “법으로 정해진 사장공모 절차를 통해 후보자를 모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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