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 간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양측간 관계 설정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후보간 단일화가 결국 정 후보의 단일화 파기선언으로 이어진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집권 이후 공동으로 추진할 가치와 정책 등에 대한 공고한 매개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우선 양측은 2002년 대선 당시 두 후보간 '인물연대'를 뛰어넘어 '가치와 철학의 연대'가 돼야 한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문 후보는 이미 '세력간 통합'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단일화 이후 협력 방안 마련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안 후보도 지난 5일 전남대 강연에서 '국민연대'라는 표현을 통해 연대ㆍ연합론의 운을 띄운 상태다.

현재 안 후보 측은 '국민연대' 발언에 대해 공식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안 후보 측 한 관계자는 "새 정치를 하고 싶은 사람은 다 참여하라는 것"이라며 "민주당도 연대의 대상에 들어가는 셈"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 측이 민주당 입당과 정책연합을 고리로 한 세력 간 연대 및 공동정부 구성, 민주당을 포함한 신당 창당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려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시나리오는 안 후보의 출마 선언 전부터 민주당 내에서 다각도로 거론돼 왔으나, 안 후보 측이 '정치공학적'이라고 거리를 두면서 탄력을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캠프 안팎에서는 여야 의원들의 입당설이나 대선 이후 신당 창당설 등이 제기되고 있다.

단일화에 승리할 경우 효과적으로 대선을 치르고, 대선 승리 이후 집권 상황에 대비할 수 밖에 없다는 차원에서다.

반면 민주당측은 안 후보의 입당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민주당 지지층의 표심을 온전히 흡수할 수 있고, 안 후보로 단일화가 되는 상황이 오더라도 지난해 서울시장 보선 후보에 이어 대선 후보조차 못 내는 `불임정당'의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문 후보 측이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안 후보의 입당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할 것으로 알려진 것도 이런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안 후보가 이에 응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그리 높지 않다.

일각에서는 양측이 신당 창당에 의견을 모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안 후보가 대선 이후 자신의 세력을 모아 가설정당 형태의 정당을 만들고 민주당과 당 대 당 통합을 하겠다고 약속한다면 양측의 지지층 이탈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작년말 구(舊) 민주당, 그리고 시민사회와 친노(親盧ㆍ친노무현) 세력이 주축인 '혁신과통합'이 신설합당 방식으로 민주당을 창당한 것과 같은 방식이다.

그러나 안 후보 측이 지나친 정치공학적이란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현재로서는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안 후보가 '국민후보론'으로 대선을 돌파한 뒤 민주당의 일부 세력을 자신의 세력과 결합시키는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캠프 내에서는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이 같은 시나리오를 내놓는 인사들도 있다.

이에 대해선 민주당 측은 당의 분열을 전제로 하는 것인 만큼 저항감이 크다.

정치권에서 난무하는 여러 시나리오에 대해 안 후보 측은 "관련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다.

아직 가치에 대한 합의도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정치공학적인 모습이 비쳐질 경우 '마이너스 단일화'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안 후보 측이 가장 고심하는 지점은 중도ㆍ무당파층 지지자들을 계속 끌어안고 갈 수 있는 명분이다.

안 후보 측에서 민주당의 쇄신을 바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단일화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마음을 계속 받아 안고 갈 수 있는 점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이광빈 기자 jbryoo@yna.co.kr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