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요금을 내면 서비스를 무한정 이용할 수 있는 정액제가 인터넷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ㆍ앱) 장터에서도 도입된다. 앱 개발사들은 정액제가 도입되면 판매 단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하고 있다.

○“소비자 선택폭 넓히겠다”

KT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자사 앱 장터인 ‘올레마켓’에서 이용할 수 있는 정액제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한 달에 5000원을 내면 유료 앱 등 수백개를 무제한 다운로드할 수 있는 상품이다.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KT는 이를 위해 게임, 비즈니스 등 다양한 종류의 인기 앱을 확보했다. 조만간 방송통신위원회에 관련 약관 변경 신청을 할 예정이다.

KT 측은 “홍보·마케팅이 어려운 중소업체를 돕고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정액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KT는 앱 장터의 경쟁력을 정액제 상품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앱 장터인 N스토어를 운영하는 NHN(naver.com)은 KT의 운영 상황을 지켜보고 나서 정액제 도입을 추진할 예정이다. SK플래닛, LG유플러스 등 독자적으로 앱 장터를 운영하는 다른 업체들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에서는 일본 2위 통신사인 KDDI가 월 390엔(약 5300원)에 인기 앱 500개를 무제한 다운로드할 수 있는 ‘au Smart Pass’라는 정액제 상품을 팔고 있다. 이용자는 200만명이 넘는다.

○“모바일 생태계 위협받는다”

중소 앱 개발사들은 이런 움직임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액제 상품이 정착되면 앱 가격이 전체적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앱 다운로드 수가 늘어나도 소비자가 내는 이용료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앱 가격의 하향 평준화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진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앱 ‘픽스모스’를 만든 코브웍스의 김기현 이사는 “앱 판매 경쟁이 치열해 정액제가 단기적으로는 앱 개발사에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모바일 생태계를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앱 장터 운영업체가 별도로 수익을 보전해주지 않은 이상 앱 개발사들이 영세해지기 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음원시장에서 이미 나타난 문제가 앱 시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정액제가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국내 음원시장에서 저작권자의 수익은 많지 않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디지털 음악시장 현황 및 개선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음원수입의 곡당 평균 저작권료는 다운로드 10.7원, 스트리밍(실시간 감상) 0.2원에 불과하다. 미국, 캐나다, 영국, 일본 등에서는 곡당 가격이 800~2000원이며, 이 돈의 70% 정도를 저작권자가 가져간다.

○정액제 논란 확산될 듯

다른 모바일 콘텐츠 시장에도 정액제 상품이 속속 나오고 있어 판매 적정가에 대한 논란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SK플래닛의 영상콘텐츠 유통 서비스 ‘호핀’, NHN N스토어의 전자책 유통 서비스에서도 정액제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이에 대해 통신사와 인터넷 포털 등은 ‘콘텐츠 유통업체들 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정액제 부작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과거 일반폰(피처폰) 시절에는 콘텐츠 제공업자들이 다른 판매처가 없었기 때문에 통신사 등 특정 업체에 종속될 수밖에 없었으나 지금은 구글의 플레이스토어, 애플의 앱스토어 등 이용자가 더 많은 다른 앱 장터에도 개발사들이 제품을 쉽게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