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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엑셀·레간자·SM5·티뷰론…기억나시죠? 내 생애 첫 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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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r&Joy 응답하라 1990년대!…그 때 그 자동차

    얼마 전 동료인 최진석 기자가 ‘간지(멋)’가 줄줄 흐르는 1997년형 ‘레간자’를 끌고 나타났습니다. 페인트 칠은 군데군데 벗겨졌고 시트는 옆구리가 터져 실밥이 삐죽 나왔더랬죠. “자동차 기자가 이게 뭐꼬. 버려뿌라”고 핀잔을 주자 “모르는 소리! 이래봬도 손 맛이 예술이야”라고 두둔하더군요.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첫 사랑이었다’는 영화 대사처럼, 그의 X차도 예전엔 반짝반짝 빛나는 첫 차였을 겁니다. 지금 유 부장님은 매일 애지중지 닦고 기름칠했던 ‘르망’을, 이 차장님은 정아 씨를 태우고 호기롭게 남산 드라이브를 즐겼던 ‘티뷰론’을 떠올릴지도 모르죠. 복고가 유행이라는데, 잊혀진 계절의 추억이 방울방울 돋는 자동차를 돌아봅니다. 응답하라 1997!

    ◆강남스타일 뺨쳤던 ‘엑셀 스타일’

    “글쎄, 우리 부부를 엑셀 스타일이래요~”라는 깜찍한 광고가 있었습니다. 1990년대 현대자동차 ‘엑셀’은 강남스타일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답니다. 1985년 출시 이후 1991년까지 6년간 최다 판매 차종에 올랐죠. 1990년대 길거리엔 엑셀이 넘쳐났어요. 1994년 단종되기까지 총 281만3264대가 생산돼 국내 자동차 역사상 최고 베스트셀링카로 남아 있습니다. 유튜브가 없던 시절에도 엑셀의 인기는 미국까지 전파됐죠. 미국 진출 첫해 16만대가 팔렸고, 수출 3년 만에 100만대를 돌파했답니다. 싸이가 한 수 배워야겠네요.


    ◆BMW도 경계했던 SM5

    지금은 인기가 시들해진 르노삼성차가 한때는 BMW도 두려워한 ‘다크호스’였다는 사실. 1998년 신흥 강호 삼성차가 등장하면서 현대·대우·기아의 지루한 삼국지는 막을 내리고 흥미진진한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자동차 회사들이 부도 위기에 휘청일 때 삼성차는 강력한 ‘돌직구’를 한 방 날렸죠. SM5 하나로 현대 쏘나타, 대우 레간자, 기아 크레도스를 ‘올 킬’! 골프계 신데렐라 박세리 언니를 모델로 내세워 출시 5개월 만에 3만대가 팔렸습니다. 거침 없는 질주에 제동을 건 것은 독일 BMW였습니다. SM520, SM525V 모델명이 BMW 520i, 525i와 헷갈릴 수 있다고 소송을 걸었죠. 별 걸 다 걱정하는 BMW 덕분에 삼성차는 내심 기뻤을 겁니다. 별 볼 일 없는 차였으면 태클을 걸지도 않았을 테니까요.


    ◆그리운 대우차 3종 세트

    다시 레간자를 보니 촌스럽게 보였던 부채꼴 모양의 대우 마크가 정겹게 느껴집니다. 1997년 출시된 대우차 누비라는 한글 이름 때문에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당시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세계를 누비라고 지었다죠. 1.5ℓ 엔진, 최고출력 136마력, 시속 200㎞. 가격은 887만원이었는데 현대차 아반떼, 기아차 세피아보다 100만원이나 비쌌어요. 표범으로 변신하던 야성미 넘쳤던 라노스나 ‘쉿, 소리 없이 강하다’던 레간자도 있었는데, 찾다보니 대우차는 변변한 기록조차 남아있지 않더군요. 2002년 미국 GM에 인수되면서 대우차의 흔적이 거의 사라졌거든요.

    세련된 쉐보레 브랜드도 좋지만 아쉬운 건 왜일까요. 대우차를 그리워하는 이들을 위해 인터넷에 자그마한 역사관 하나 지어주면 좋을 텐데 말이죠.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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