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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브라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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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인류와 가장 친근한 동물은 단연 개(犬)다. 인간이 개를 사육한 시기는 석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개 사육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이 BC 9500년 페르시아의 동굴에 남아 있다. 본래 야생인 개가 세계 몇몇 지역에서 가축화된 뒤 복잡한 교배를 통해 지금처럼 200여 품종으로 다양화된 것이다.

    격리된 대륙인 호주에는 딩고라는 들개가 있다. 딩고도 약 4000년 전 동남아 등지에서 사람과 함께 건너간 가축견이 거꾸로 야생견이 된 것이다.

    인간과 가까운 만큼 개에 얽힌 스토리도 무궁무진하다. ‘플란더스의 개’ ‘명견 바리’ ‘화이트 팽(늑대개)’ 등처럼 개와 인간의 교감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소설들이 많다. 바리와 같은 알프스 구조견이 눈속에서 조난당한 사람을 구할 때는 먼저 혀로 얼굴을 핥아줘 근육을 이완시키고 목에 감은 포도주통을 들이밀어 마시게 한다.

    공포의 대상인 개도 있다. 코넌 도일의 ‘바스커빌의 개’에 등장하는 개는 괴물에 가깝다. 조앤 K 롤링의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에는 머리 셋 달린 개가 나온다. 이는 그리스신화에서 땅속 저승문을 지키는 케르베로스의 모티브를 가져온 것이다.

    바둑무늬가 멋진 달마티안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101마리 강아지’로 유명해졌지만 고대 그리스의 조각에까지 그려졌을 정도로 유서 깊다. 집시의 반려견이자 사냥개로 활용됐고, 영국에선 여행 안전을 위해 동반하는 마차견(coach dog)으로 불렸다.

    개 품종이 워낙 다양하다보니 희귀종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일명 사자개(티베탄 마스티프)로 불리는 중국 짱아오(藏獒)다. 최상류층이 선호해 짱아오 순종은 10억원을 웃돈다. 국내에선 삽살개 순종인 뿡이가 2억원에 팔린 게 최고 기록이다.

    썰매개 시베리안 허스키가 요즘 국내에서 최고 인기다. 진짜 개가 아니라 봉제인형인 브라우니 이야기다. 브라우니는 블랙 컨슈머(악질 소비자)를 풍자한 개그콘서트 ‘정 여사’에 등장한 지 석 달 만에 ‘국민 돌(doll)’로 추앙받는다. 페이스북의 팬이 17만5000명이다. 오리온의 리얼 브라우니라는 과자까지 덩달아 매출이 늘었다고 한다.

    브라우니는 제일모직 빈폴과 메인모델 계약을 맺어 또 화제가 됐다. 모델료는 물론 ‘정 여사’의 주인공인 개그맨 정태호의 소속사로 귀속된다. 브라우니가 뜨자 이번엔 관련 업체들 간에 원조·짝퉁 논쟁에다 소송전까지 벌일 조짐이란다. 브라우니는 아무 말이 없는데 사람들은 참 말이 많은 세상이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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