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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칼럼] 한국에 노벨상이 어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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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획일적 교육통제가 창의력 말살…대학자율 넓혀야 나라비전 보여

    김영용 < 전남대 교수·경제학 yykim@chonnam.ac.kr >
    올해 기초과학 분야(경제학 포함) 노벨상 수상자를 국적별로 보면 미국 5명, 영국 1명, 프랑스 1명, 일본 1명이다. 미국이 매년 가장 많은 수상자를 배출하는 것은 세계 제1의 경제 대국으로서 교육·연구에 풍요롭게 사용하는 자원도 큰 힘이겠지만 학생들이 자신의 견해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방법이 더 중요한 배경이다. 초등학교에서 대학원으로 갈수록 점점 더 길어지는 ‘자기 생각이 담긴 글(journal)’ 쓰기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교육은 국가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립학교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가장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올해까지 일본의 수상자는 19명이며 물리, 화학, 생리·의학상 등 기초과학분야 수상자는 16명이다. 세계 제3의 경제대국이라는 점도 있지만 교토대 출신과 교수가 많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른 대학들과는 달리 교토대의 학풍이 아주 자유롭다는 것이다.

    한국은 기초과학 분야의 수상자를 아직 내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교육과 연구를 뒷받침하는 경제력이 부족한 탓인가? 1인당 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서는 나라에서 그 원인을 경제력 부족으로 돌리는 것은 그다지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두뇌가 부족한 탓인가? 조선시대 말에 한국을 네 번 방문하고 《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이라는 책을 쓴 영국의 지리학자 이사벨라 버드 비숍은 한국 사람들은 대단히 명민하고 똑똑한 민족이어서 말귀를 잘 알아듣고 기민한 인지 능력을 가졌으며, 외국어를 빨리 습득하는 탁월한 재능을 타고났다고 적고 있다. 중국이나 일본 사람들보다 더 좋은 억양으로 유창하게 외국어를 말한다는 사실도 증언하고 있다.

    그래서 그 원인을 우리의 교육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초·중·고교의 검인정 교과서를 비롯해 입시, 등록금 등을 모두 통제한다. 학교 교육에서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써보는 일은 경험하기 어렵다. 특정 사안에 대한 스스로의 견해를 점검해보는 기회가 없다는 말이다. 획일적인 입시제도로 말미암아 자기 견해를 형성하는 교육은 실종되고 실수하지 않는 문제 풀이 선수가 되는 연습에 매진한다. 이런 교육으로는 논리적 추론 능력이 형성되지 않는다.

    1주일 뒤인 11월8일은 바로 이런 기량을 다투는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일이다. 전국의 수험생이 한날한시에 모두 모여 초등학교부터 12년 동안 닦아온 실력을 한판 겨루는 날이다. 연중 기회가 단 한 번이니 참으로 잔인한 일이다.

    교과부는 초·중·고교뿐만 아니라 대학의 입시, 정원, 등록금, 학과 신설 폐지 등도 모두 통제해 대학의 자율성은 사실상 없다. 논문 개수가 교수 평가 기준이 돼 가는 상황에서 긴 호흡의 연구 또한 어렵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한 인물에 수여하는 노벨상이 멀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한국에서 사회 전반의 문제에 대해 일관된 식견을 갖춘 정치인이 나오기 어려운 것도 자신의 견해 형성을 돕는 교육이 없는 탓이다. 식견을 잘 갖춘 정치인이라면 국리민복을 위한 사회의 운행 원리와 잘살고 못사는 이유에 대한 체계적인 견해가 형성돼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정치인이 많을 때 정치권은 그야말로 타락한 의미의 ‘정치적’ 아수라장이 되고 혼란과 비용만 유발하는 다툼으로 가득하게 된다.

    유권자가 정치인의 인기영합적 구호에 쉽게 휩쓸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특정 사안에 대해 논리와 역사적 사실 등에 입각한 판단보다는 막연하게 그리는 세상을 기준으로 한 정서적 판단에 의존하는 것은 자기 생각을 세우는 일을 돕는 교육의 부재 때문이다.

    12·19 대선후보들은 경제민주화, 동반성장, 복지라는 구호 아래 잘나가는 기업들의 목을 죄고 나라 살림을 궁핍하게 할 공약 만들기에 열중할 것이 아니라 정말로 우리 사회의 원활한 움직임을 방해하는 요인에 대해 깊이 성찰한 공약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 중 하나는 사람들이 자기 생각을 세울 수 있도록 교육에 ‘자유’를 널리 허용하는 교육 비전이다. 유권자 또한 그런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더욱 발전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약속하는 길임을 유념해야 한다.

    김영용 < 전남대 교수·경제학 yykim@chonnam.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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