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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수첩] 해법 없는 가계부채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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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은 금융부 기자 selee@hankyung.com
    지난달 3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연구원 등이 공동으로 ‘가계부채의 미시구조 분석 및 해법’ 세미나를 열었다.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각종 언론 보도와 민간연구소 보고서가 쏟아지자 지난 4월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얘기하자”는 김석동 금융위원장 지시에 따라 이뤄진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전문가들이 반년 동안 준비해 나온 결과인 만큼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했다. 다중채무자·하우스푸어 등 모호하게 사용됐던 용어에 대한 개념 정의가 제시됐다. 자영업자나 고연령층의 연체율이 당장 높지는 않지만 주의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부동산 값이 평균 20% 하락했을 때,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올랐을 때 가계가 어떤 충격을 받느냐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도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총 88장의 프레젠테이션 파일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찾아볼 수 없는 게 한 가지 있었다. 제목에는 ‘해법’이 있는데 보고서 내용에는 그 해법이 보이지 않았다. 띄엄띄엄 해법이 제시됐지만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거나 “실질소득 증가가 없는 한 (가계부채 위험도가 상승하는) 흐름을 전환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 등 뻔한 내용들뿐이었다.

    간단한 해결책이 있을 수 없는 게 가계부채 문제지만, 그래도 해법에 대한 더 많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이날 발표 후 토론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적지 않았다. 한정식 여신전문금융업협회 연구위원은 “분석에 치중하다 보니 처방전이 거의 안 나왔다”고 말했다. 김홍달 우리금융 전무는 “일부 분석은 단편적이었다”며 “정작 궁금한 ‘문제가 될 수 있는 채무자가 얼마나 되느냐’ 등에 대한 답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현상에 대한 정확한 분석 없이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올 리 없다. 이번 세미나는 분명히 ‘일보 전진’이다. 하지만 진단만 하고 처방전 쓰기를 망설이는 의사는 곤란하다. 그렇지 않아도 대선주자들이 법정 최고이자율을 현재의 연 39%에서 연 25%로 낮추겠다거나, 하우스푸어 문제에 재정을 투입해 해결해야 한다는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는 마당이다. 현실적인 정책 대안이 없으면 정치 논리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의 분발이 아쉬운 이유다.

    이상은 금융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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