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이런 직업이 뜬다…날씨조작 감시 '기후경찰'…로봇감성 치료하는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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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Story - 고용정보원, 63개 선정
SNS보안전문가, 국제변리사 유망
SNS보안전문가, 국제변리사 유망
올해 여든이 된 A씨는 최근 섭섭한 마음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손주와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들 내외가 분가해 살다보니 손주를 추석과 설날 1년에 두 번밖에 못 보게 된 게 원인이었다. A씨는 옆집 할아버지의 소개를 받아 ‘조부모·손주관계전문가’를 만났다. 이 전문가는 “손주와 함께 살아야 한다”는 등의 실천하기 어려운 대안은 내놓지 않았다. 대신 “한 번 만났을 때 마음을 터놓고 대화하는 게 중요하다”며 방법을 알려줬다. 조언을 들은 A씨는 손주와 가까워질 수 있다는 생각에 이제 돌아오는 설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10년 뒤에 발생할 수 있는 가상 상황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은 ‘10년 후 미래 유망직업’을 선정해 30일 발표했다. 기존에 이미 있는 ‘발전 가능성이 높은 직업’ 46가지 외에 미래에 ‘새롭게 부상할 직업’ 17가지도 포함시켰다. 조부모·손주관계전문가는 고용정보원이 꼽은 ‘새롭게 부상할 직업’에 들어가 있다. 이 직업은 고령자와 젊은 사람 간 세대갈등을 완화하도록 조정자 역할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영국에서는 현재 이런 직업을 가진 사람이 실제로 있다.
김한준 고용정보원 직업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인간관계전문가는 커플매니저나 부부관계상담사 등으로 이미 익숙한데 여기에 포함되는 직종이 하나 더 생기는 것으로 보면 된다”며 “한국은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국가이기 때문에 연령적인 차이를 메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정보원은 새롭게 부상할 직업 17개를 모두 8개의 범주로 나눴다. 지구온난화 범주에서는 기후변화경찰이 눈에 띈다. 각국이 자국에 유리하도록 기후를 조작하면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는 피해를 볼 수 있는데, 이때 발생하는 분쟁이나 갈등을 해결하는 사람이다. 실제로 2007년 중국이 인공강우 로켓을 쏘자 한국 경기도에 50㎜의 비가 내린 적이 있다. 당시 이로 인해 외교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폭우로 이어지면 분쟁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상황은 SNS보안전문가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이 전문가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올라 있는 개인정보를 관리해주고 언제 어디에 댓글을 달았는지도 본인에게 알려준다. 대학 3학년생인 장헌제 씨(24)는 “기업 인사담당자가 입사지원자에 대한 정보를 SNS로 찾아본다는 얘기가 대학생들 사이에서 돌고 있다”며 “SNS보안전문가가 실제로 있으면 취업준비를 할 때 내 개인정보 관리를 의뢰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기업은 ‘기업컨시어지’와 국제변리사의 주요 고객이 될 수 있다. 기업컨시어지는 소속 직원들이 복지·문화혜택을 가장 효과적으로 누리도록 컨설팅해주는 직종이다. 예를 들어 “돌아오는 토요일이 결혼 20주년이다”라고 알려주면 기념일 특성과 개인 취향을 고려해 뭘 하면 좋을지를 권해준다. 회사 직원은 그런 고민 시간에 일에 집중할 수 있고 만족도 또한 높아져 고용주에게도 좋다. 국제변리사는 글로벌 기업의 지식재산권이나 특허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이다. 현재 국가별 변리사 자격증만 있고 해당 국가에서 자격증을 받은 사람은 그 국가에서 진행되는 소송에만 관여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애플과 삼성의 법정공방에서도 드러났듯이 글로벌기업의 지식재산권 쟁탈전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에 공통 자격증이 나올 수 있다는 게 고용정보원의 분석이다.
김 연구위원은 “각각의 직업에 대한 개별적인 예측이 틀릴 수는 있지만 큰 흐름은 이대로 갈 것”이라며 “큰 흐름을 짚으면 자신의 미래 진로를 설계하고 계획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