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교육비, 대학에 투자…'기업 맞춤형' 인재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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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가 만난 모교 총장 - 김희옥 동국대 총장·민병덕 KB국민은행장
사회 / 허원순 지식사회부장
'인재산실' 캐나다 워털루大
年 3학기 중 1학기는 기업 실습…산학협력 인재 육성 주목해야
인성 갖춘 통섭형 인재 필요
정부는 중소기업 복지 보조…기업-구직자 미스매치 줄여야
사회 / 허원순 지식사회부장
'인재산실' 캐나다 워털루大
年 3학기 중 1학기는 기업 실습…산학협력 인재 육성 주목해야
인성 갖춘 통섭형 인재 필요
정부는 중소기업 복지 보조…기업-구직자 미스매치 줄여야
김희옥 동국대 총장(64)은 ‘검사의 별’이라고 불리는 검사장을 거쳐 헌법재판소 재판관까지 지낸 정통 법조인이다. 그런 그가 총장에 부임한 작년 3월 이후 동국대는 지난 2월까지 1년간 180억원의 기부금을 모았다. 한 해 전보다 세 배 늘어난 금액으로 김 총장이 전국 100여개 사찰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모금에 나선 결과다.
민병덕 KB국민은행장(58)은 ‘발로 뛰는 영업’을 앞세워 내부 승진으로 처음 행장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행장에 오른 이후에는 승진심사 때 나이·직급을 안 따지고 채용에도 학력을 묻지 않는 과감한 인재 등용으로 주목받고 있다.
동국대 출신으로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두 사람이 지난 18일 동국대 총장실에서 인재 육성과 청년 실업 문제, 대학과 기업의 관계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회=두 분 모두 소속 기관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김희옥 총장=법조인 양성 기관인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하면서 교육을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기부금 모금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경쟁력을 키우려면 재원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민병덕 행장=기업에 필요한 인재도 변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고객의 요구에 맞는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려면 고객을 잘 파악할 수 있는 통찰력과 창의력이 필요하죠.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통섭형 인재가 필요합니다. 실무에서도 동료나 부하직원에게 바라는 것은 팀워크와 인성인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기업을 운영하고 업무를 주도하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채용이나 승진에서 통찰력, 종합적인 사고력과 판단력, 상상력과 창의력을 계속 보려고 합니다.
▷사회=젊은 후배들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 총장=많은 이들이 요즘 청년들이 예전같지 않다고 하죠. 하지만 기원전 2000년께 나온 함무라비 법전에도 ‘요즘 젊은이들은 신을 공경할 줄 모르고 버르장머리가 없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일종의 고정관념인 셈이죠. 인간 사회가 계속 발전하는데 사람이 나아지지 않았겠습니까. 그런 면에서 다음 세대가 우리 세대보다 앞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 행장=젊은이들을 만나보면 부모들이 귀하게 키운 만큼 자유분방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변화에 빨리 적응하고 자기 주장을 할 줄 알죠. 신사업을 추진할 때 국민은행은 언제나 젊은 사원들에게 아이디어를 얻으려고 합니다. 간부 정도 되면 윗사람에게 거슬리는 말을 함부로 하지 못하죠.
▷사회=청년실업이 심각합니다.
▷김 총장=정부와 기업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고용 안정과 일자리 창출은 소비를 늘리고 다시 기업 생산 증가로 이어집니다. 사회 전체 이익을 늘리기 위한 고용 확대가 기업의 이익으로도 연결된다는 얘기죠.
▷민 행장=젊은이들에게 일자리가 없으면 결국 성장률 저하로 이어집니다. 기업들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의 우수한 인재들을 세계 시장으로 진출시키는 것도 청년실업 감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청년들의 눈높이가 높다는 지적도 있습니다만.
▷김 총장=기업과 구직자 간 미스매치는 늘 생길 수 있는 문제입니다. 누구나 편하고 안정적이며 고액 급여가 보장되는 자리를 원하죠. 하지만 취업 희망자들이 조금만 눈높이를 낮추면 취업의 기회는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와 대학이 경제 활동을 막 시작하려는 청년들의 기대 수준을 적절하게 분산시킬 수 있는 정책이나 교육을 해야 합니다.
▷민 행장=중소기업이 안정성과 보수, 복지가 대기업 못지않다면 이런 미스매치도 상당 부분 줄어들겠죠. 그러나 중소기업의 처우를 단기간에 대기업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다면 정부에서 일정 부분을 보조하는 것은 어떨까요. 예컨대 정부가 교육 육아 등 다양한 복지 서비스를 공개 입찰을 통해 사서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싸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사회=학력 인플레 문제도 있습니다.
▷김 총장=학력 인플레나 높은 대학 진학률, 지나친 교육열 등은 사회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학벌 사회의 모순이 투영된 것이죠. 이런 문제는 대학이 아닌 다른 특기와 적성을 찾아 자신의 삶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다 보면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민 행장=과거 금융회사들은 흔히 얘기하는 ‘좋은 대학’의 인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우수 인재’보다 ‘기업에 적합한 인재’를 채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이 지난해부터 특성화고 졸업자를 다시 채용한 것처럼 기업에서 담당 직무에 맞는 학력을 요구하는 문화도 형성되고 있습니다.
▷사회=대학과 기업의 바람직한 관계는.
▷김 총장=기업은 대학으로부터 인력을 공급받기 때문에 어느 정도 대학에 기부를 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산학협력을 통한 기여도 중요합니다. 기업 맞춤형 인재 육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고용 보장형 교육과정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습니다. 기업과 공공기관이 특정 분야 교육을 지원하고 교육을 마친 학생들의 취업을 책임지는 형태죠. 한국 기업에서 대졸 신입사원들 재교육 비용이 연간 1조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 비용을 대학에 투자해 주면 어떨까요.
▷민 행장=기업들이 대학에 투자할 때 장기적인 안목보다는 홍보나 마케팅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대학들도 자체 기금이 부족하다보니 다소 무분별하게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고 있는 실정이고요. 이러다보니 대학이 너무 상업화된다는 얘기도 나오는 것 같습니다. 기업은 미래에 대한 투자의 의미로 대학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대학은 좋은 인재를 배출할 수 있도록 기부나 등록금 등으로 형성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사회=재교육 비용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무엇일까요.
▷김 총장=대학은 교육과 연구라는 두 가지의 목표가 있습니다. 연구가 자리를 잡아야 교육도 내실을 기할 수 있습니다. ‘캐나다의 MIT’로 불리는 워털루대의 연간 3학기 제도를 주목해볼 만합니다. 두 학기는 대학에서 교육을 받고 한 학기는 기업에서 실무를 배우는 것입니다.
▷민 행장=요즘 대학생들은 스펙에 너무 매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스펙이 취업으로 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취업 준비생들이 스펙 경쟁을 하다 보니 지원자 간에 차별화된 부분을 찾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결국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과 인문학적 소양을 겸비한 통섭형 인재에 대한 기업들의 선호도는 계속 높아질 것입니다. 대학들도 그런 인재를 키워주시면 좋겠습니다.
▷사회=산학협력도 하나의 길이겠죠.
▷김 총장=정부에서 지원하는 과제 중심의 산학협력은 대학 연구실의 귀중한 자양분이 되고 있습니다. 다만 정부 예산이 들어가다보니 대학의 자율성이 제한받기 쉽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기업과 대학이 실무적으로 협력하는 프로그램이 더 많이 생겨야 합니다.
▷민 행장=산학협력을 제대로 하면 학생들은 산업현장과 직결된 학문과 기술을 배울 수 있고 기업은 새로운 기술인력과 적합한 인재들을 제공받아 경쟁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은 은행 업무와 연관된 내용을 심도있게 배우기 위해 동국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 ‘KB금융 MBA’ 과정을 개설했습니다.
정리=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 김희옥 총장은…
경북고를 졸업하고 동국대 법학과(68학번)에 입학해 석·박사까지 이 대학에서 받았다. 1976년 사법시험에 합격, 대전지검장, 사법연수원 부원장, 법무부 차관, 헌법재판소 재판관 등을 지냈다. 작년 3월 동국대 총장에 취임했다. 형사소송법의 쟁점, 형사판례해설 등을 저술했다.
■ 민병덕 행장은…
대전 보문고와 동국대 경영학과(74학번)를 나왔다. 1981년 국민은행에 입사해 32년째 근무하고 있다. 남부영업지원본부장, 개인영업그룹 부행장을 지낸 대표적인 ‘영업통’이다. 2010년 7월 내부 직원으로는 처음으로 KB국민은행장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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