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사진)이 ‘한라건설 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주력 계열사인 자동차부품 회사 만도의 대표이사직과 각별한 애정을 보여왔던 안양한라아이스하키단 구단주를 사임하고 한라건설 대표이사직만 유지하기로 했다. 한라건설은 건설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라그룹은 30일 책임경영체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정기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

○“한라건설을 구하라”

정 회장은 만도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전면에 나선 지 4년7개월여 만에 만도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등기이사직만 유지하기로 했다. 정 회장은 1997년 외환위기 때 매각했던 만도를 10년 만인 2008년 되찾았다. 한라그룹 관계자는 “경영이 안정궤도에 진입한 만도는 책임경영체제로 전환하고 정 회장은 다른 곳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한라건설의 대표이사직을 유지, 건설 부문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그는 건설 부문의 난관 극복과 함께 옛 계열사였던 한라공조 되찾기 등을 통한 한라그룹 복원에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회장은 지난달 27일 경기도 판교 만도 글로벌 R&D(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한라그룹 50주년 기념식’에서 “조직이 하나되는 ‘원 보디(one body)’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라건설의 위기경영에 집중하기 위해 창단 때부터 애착을 가졌던 안양한라아이스하키단 구단주에서도 물러났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그룹 핵심 계열사를 잇따라 팔면서도 하키단은 매각하지 않았을 정도로 정 회장의 아이스하키 사랑은 재계 안팎에 잘 알려져 있다. 차기 구단주는 변정수 한라그룹 상임고문이 맡는다.

○사업 부문별 책임경영제 구축

한라그룹은 전문경영인을 전면에 내세우는 인사를 통해 사업 부문별 책임경영체제를 갖췄다. 한라는 2015년까지 매출 17조원 달성을 목표로 자동차 부품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R&D와 신사업 발굴을 추진 중이다.

한라는 이날 인사에서 정무현 한라건설 사장을 건설부문 총괄 겸 한라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신사현 만도 사장을 자동차 부문 총괄 겸 만도 대표이사 CEO(최고경영자) 부회장으로 각각 승진시켰다. 또 최병수 한라I&C 사장을 한라건설 대표이사 사장, 성일모 만도 부사장을 만도 대표이사 겸 COO(최고운영책임자) 사장, 김주신 부사장을 만도 CTO(최고기술경영자) 사장, 이은시 한라건설 부사장을 한라엔컴 대표이사 사장으로 각각 임명했다. 배영한 한라건설 부사장은 한라개발 대표이사 사장, 이공희 정도경영실 부사장은 사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홍석화 한라건설 전무는 한라I&C 대표이사 겸 그룹 신규사업실장 부사장에 발탁됐다.

한라 관계자는 “전문 경영인이 회사를 책임지고 경영하도록 한다는 것이 그룹의 기본 방침”이라며 “책임경영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사업 구상을 할 수 있도록 기존 경영진에게 힘을 실어줬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 한라그룹 임원 인사

▷부사장 승진▷만도 정경호

▷전무 승진▷한라건설 신중일, 송영선, 김현호▷만도 김광근, 이환일▷한라I&C 박종식

▷상무승진▷한라건설 조병언, 여태승, 박용석, 이태승, 조재희▷만도 김정민, 조기영, 최경선, 심상윤, 김성수, 이해영, 이영준▷마이스터 김연행, 최진호▷정도경영실 권병찬

▷상무보 승진▷한라건설 김민기, 이민재, 이채윤▷만도 이성규, 안철우, 양승준, 신용운, 김현욱, 정석태, 신헌순, 우종철, 신희만, 국경표▷한라엔컴 노원호▷한라스택폴 백보현▷목포신항만운영 정환호▷법무실 주진우▷회장비서실 이용주▷안양한라아이스하키단 양승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