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ㆍ19 대선을 50일 앞두고 유력 대선후보 간 `타이밍 정치'가 숨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초박빙 혼전 양상이 이어지고 야권 후보단일화가 대선 정국의 `블랙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상황에서 표심을 파고드는 정책ㆍ메시지ㆍ일정 등의 시의적절한 구사로 한발 앞서나가려는 전략이다.


`타이밍 정치'가 정책ㆍ메시지의 내용보다는 형식에 치우친 `눈치작전'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도 있지만, 단기간에 지지율을 끌어올리는데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게 정치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의 이렇다할 정책적 차별점이 보이지 않는 마당에 `누가 이슈를 효과적으로 먼저 선점하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그동안 과거사 문제에 발목이 잡혀있던 박근혜 후보가 정수장학회에 대한 입장 표명 직후 대대적인 국면 전환을 꾀하며 대선행보에 속도를 높이는 것도 그 일환으로 해석된다.

박 후보는 지난 21일 정수장학회 관련 기자회견 뒤 자체적으로 `과거사 문제를 털었다'는 판단 아래 25일 선진통일당과의 합당을 선언하고 정책 발표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발언' 논란이 대선 쟁점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박 후보는 안보, 나아가 경제위기론을 적극 제기하며 `안정감 있는 후보' 이미지를 확산 중이다.

`박근혜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3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경제위기에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서민, 근로자, 골목상권 등에 대한 정책이 우선 발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후보단일화를 앞두고 문재인ㆍ안철수 후보의 정치혁신 공방이 펼쳐지며 유권자들의 관심이 모아지자, 박 후보 측은 `여성대통령론'을 언급하며 맞불을 놓는 모양새다.

문재인ㆍ안철수 후보 측의 `타이밍 정치'는 후보단일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상황이다.

문 후보는 후보단일화의 시점을 앞당기려 하는 반면, 안 후보는 그 시기를 최대한 뒤로 늦추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후보단일화의 `타이밍'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한창인 셈이다.

문 후보 측은 일찌감치 후보단일화의 유리한 포석 마련을 위해 `정당후보론'을 제기한 데 이어 단일화의 고리가 될 정치개혁안을 안 후보에 하루 앞서 발표하는 등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나아가 지난 28일 `광주선언'을 통해 호남에서의 `안철수 쏠림현상' 차단에도 나선 상태다.

반면 대선 출마선언 전 저서인 `안철수의 생각' 출간, TV 예능프로그램인 `힐링캠프' 출연 등으로 `타이밍 정치'를 대표해온 안 후보는 단일화 시점에 대해 `수'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이는 내달 10일로 예정된 공약발표 이전까지는 단일화를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체 시간표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역으로 단일화 시기를 미루는 방식의 `타이밍 정치'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 정치권 전문가는 "단일화 합의 시점을 늦출수록 조직력이 영향을 미치는 경선이 실시될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며 "여론조사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둔 안 후보 측이 단일화 시점을 늦출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