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기업 주가가 해외 경쟁사보다 저평가된 데는 정부 정책 변수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국 정부는 구매 보조금 지급 등 기업 친화적 정책을 통해 실적 개선을 도왔다. 반면 한국은 순환출자 해소 등 기업 활동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국회 등에서 강해지고 있어 투자 심리가 싸늘하게 식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자동차산업이다. 일본 정부는 올 들어 지난 8월 말까지 하이브리드카 등 친환경자동차 구매 보조금으로 총 3000억엔을 소비자들에게 지원했다. 중국이 미국산 자동차에 반덤핑 관세와 상계관세를 부과하자, 미국은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프랑스 정부는 최근 푸조시트로엥의 금융 자회사인 방크PSA파이낸스에 50억~70억유로 규모의 지급보증을 하기로 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3년 넘게 적자를 지속하던 도요타 내수 부문이 지난 2분기 흑자를 낸 것은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현대·기아차는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순환출자 규제의 주된 표적이 되고 있다. 채희근 현대증권 산업재팀장은 “경제민주화 움직임이 원화강세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수출기업들을 더욱 옥죌 것이란 우려가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9월 내수 진작책의 하나로 자동차 개별소비세를 인하하기로 했지만 감세 규모가 작고 시행 기간이 짧아 가시적인 자동차 판매 증가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도요타 주가가 올 들어 지난 26일까지 20.08% 오른 것을 비롯 폭스바겐(39.41%) 제너럴모터스(14.85%) 등 주요 자동차주가 랠리를 펼쳤지만 현대차는 6.34% 오르는 데 그쳤다.

국내 금융주가 미국과 유럽 금융주보다 저평가된 것도 대출금리 및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등 정부 규제가 주된 원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