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여성 검사가 검찰 내부 전산망에 올린 자성의 글이 법조계에서 화제다.

29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소속 A검사(38)는 지난 22일 검찰 내부 전산망에 ‘고언(검찰 개혁 논의를 바라보며)’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A검사는 대법원이 21년 만에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의 재심 결정을 내린 일에 대한 소회로 글을 시작했다.

그는 이번 재심 결정 이후 언론에 나오는 검찰의 가혹수사 이야기와 검찰을 비난하는 여론에 대해 처음에는 ‘에이 이건 좀...’이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그 사건의 사실관계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게시판을 뒤져 관련 글을 찾아 읽고 뉴스와 비교하다 마음이 아렸다”며 “우리가 대한민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사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우리 인식이 여론과 괴리돼 있다. 우리가 불신받고 조롱받는 현실에 망연자실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또 “옛 글에 이르기를 사람은 반드시 스스로 업신여길 만한 짓을 한 뒤에 남이 그를 업신여긴다고 한다. 우리가 국민을 야속하다 할 수 있겠는가”며 “검찰에 대한 불신 중 상당 부분은 오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지만 추사 김정희 선생의 말씀처럼 칭송받는 것에 참된 무엇이 있듯 비난받는 것에 어찌 이유가 없겠는가”라고 한탄했다.

A검사는 최근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원장의 쓴소리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적었다. 그는 “타 부처 공무원들이 ‘평검사 직급이 3급이나 되냐, 직급 인플레다’는 취지로 비아냥거리는 것에 서글펐는데 안대희 대선배님이 검찰에 차관급 검사장이 왜 그리 많냐는 말씀에 여론이 호응하는 것을 보고 더 자괴감을 느낀다”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이어 “우리가 제 몫을 한다고 여겼다면, 아무리 검사 직급이 높아도 차관급 검사장 자리가 많아도 국민이 높다거나 많다고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국민의 신뢰를 되찾지 못하는 한 검찰에 대한 외부의 흔들기는 더 거세질 것”이라며 “더 늦기 전에 우리 내부로 눈을 돌려 신뢰상실의 원인을 찾고 해결하려는 자정능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검찰 스스로의 혁신을 제안했다. 검찰 스스로 자정능력을 발휘해 줄 것을 촉구하는 A검사의 이 글은 이날 내부전산망에서 2700회가 넘게 조회됐고, 수많은 지지 댓글이 달렸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