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과 관련, 앞서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34)가 지난 4월 검찰에 제출한 서면진술서는 본인이 직접 쓴 게 아니라 청와대 행정관이 대신 써준 것으로 알려졌다. 진술서의 대필 여부조차 확인을 하지 않은 검찰이 시형씨의 배임 등 혐의에 대해 ‘혐의 없음’이라고 앞서 밝히면서 검찰의 부실 수사, 봐주기 수사 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시형씨의 한 측근은 29일 언론을 통해 “시형씨가 직접 (진술서를) 쓰지 않았다”며 “청와대 모 행정관에게 얘기했고, 그 행정관이 써서 검찰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당시 문제의 행정관이 시형씨에게 ‘대충 써서 검찰에 제출해도 된다’는 식으로 말해 시형씨도 기억에 의존해서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당시 사저부지 의혹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 관계자는 “펜이 아닌 컴퓨터로 타이핑을 해 보내온 것이라 진술서의 대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며 “답변서를 검찰에 제출 하기 전 최종적으로 (시형씨가) 내용을 확인했어야 했다”고 말해 책임을 시형씨에게 돌렸다. 그러나 검찰이 수사의 기본인 진술서 대필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단 한 차례의 서면조사를 통해 시형씨에 대해 ‘혐의 없음’이라고 결론을 내리면서 검찰은 부실 수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서 서면 수사의 맹점이 드러났다”며 “국가에 대한 배임 혐의를 수사하는 검찰이 진술서의 대필 여부도 확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검팀에선 지난 25일 특검 수사에서 ‘서면진술서에 오류가 있었다’고 밝힌 시형씨가 그간 조용히 있다가 지금와서 내곡동 땅을 실소유하려는 의사가 더 많았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일차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특검팀은 31일 이상은 다스 회장(79)을 소환 조사한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