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도 상품…마케팅 잘해야 사랑받죠"
“스포츠도 하나의 상품입니다. 상품성이 좋으면 기업들이 기꺼이 후원합니다. 국제경기단체들도 최고의 경기를 보여주기 위해 끊임없이 개혁하고 혁신해야 합니다.”

25년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활동해온 대만의 우칭궈(吳經國) IOC 집행위원(66)은 스포츠의 상품성을 키우려는 노력과 자기혁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위원은 2006년 국제복싱연맹(AIBA) 회장으로 선출돼 전 세계 복싱계의 개혁을 이끌어왔으며 올해 IOC 집행위원에 뽑힌 국제스포츠계의 거물이다. 전체 100여명의 IOC 위원 가운데 15명의 집행위원들은 올림픽 등 주요 스포츠 이벤트를 논의하고 결정된 사항을 집행하는 역할을 한다. 국제스포츠협력센터(ISC)가 주최하는 ‘2012 국제스포츠협력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우 위원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만났다.

◆“경기연맹·기업·미디어 윈윈”

우 위원은 “모든 스포츠에서는 마케팅이 필수다. IOC가 올림픽 중계권료 등을 각 국제스포츠연맹에 분배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며 기업 후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AIBA의 ‘로드 투 드림’ 프로그램을 지원한 삼성을 예로 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올림픽 등 주요 대회를 앞두고 집중훈련을 받을 돈이 없는 저개발국가의 권투선수들을 지원하기 위한 것. 올해로 7회째다. 런던올림픽 직전인 지난 5월 영국으로 저개발국 선수 및 코치 100여명을 보내 집중훈련을 받도록 했다. 일체의 경비는 AIBA가 댔다. 그 가운데 3명이 메달을 따 저개발 국가의 국민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선사했다.

“그 선수들의 꿈이 이뤄진 것은 삼성이라는 글로벌 기업의 후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이처럼 스포츠를 통해 국제복싱연맹 등 국제경기단체와 삼성 등 기업, 각종 미디어가 함께 발전하는 윈윈관계는 오래 지속될 것입니다.”

◆프로복싱단체도 창설

상품성을 높이기 위한 스포츠인의 노력도 강조했다. 2006년 AIBA의 개혁을 내걸고 회장에 당선된 그는 “스포츠의 생명은 공정성”이라며 부정부패 척결에 앞장섰다. 또 올림픽의 마지막 ‘금녀 종목’이던 권투에서 여자부가 정식종목으로 인정받도록 했다. 런던올림픽에서 여자권투 경기는 입장권 매진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아마추어 권투선수들의 경제적 여건 개선을 위한 노력도 결실을 맺었다. “선수들이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고도 갈 곳이 없었어요. 각종 프로복싱기구와 계약한 선수들도 성적이 계속 좋지 않으면 퇴출되고 다시 올림픽에서 뛰지도 못합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AIBA가 주관하는 프로복싱단체인 월드시리즈복싱(WSB)을 창설해 내년 9월 첫 경기를 시작합니다.”

◆“실패해도 포기하지 말고 전진”

국제스포츠 외교관으로 활동하고 싶은 한국의 젊은이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IOC 위원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면 포기하지 말고 계속 전진해야 합니다. 저도 IOC 집행위원에 도전해 세 번이나 근소한 차이로 패했지만 네 번째 만에 큰 표 차이로 당선됐습니다. 스포츠는 항상 이기거나 지는 게 아닙니다. 때로는 이기고 지기도 하지만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게 스포츠맨십입니다. 최선을 다했을 때 마지막에 주변 사람들이 평가해줄 겁니다. 스포츠에 대한 열정, 높은 도덕성과 리더십을 갖췄다면 불가능은 없습니다. 지금 도전하십시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