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등에서는 2010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저축은행 늑장처리’의 배경 중 하나로 꼽는다. 박병석 민주통합당 의원이 지난해 저축은행 청문회에서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은 것은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부담과 G20 정상회의 때문”이라고 말했던 게 대표적 사례다. 새로운 국제경제 질서를 모색하기 위해 주요국 정상들이 모이는 행사를 앞두고 공적자금 투입으로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시작, 한국 금융시장의 후진성을 만천하에 드러낼 수 없다는 정치적인 고려가 작용했다는 주장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손사래를 친다.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백용호의 회고.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위한 준비가 시작된 게 2010년 7월이었다. 검사하는 데 3개월이 걸리고, 실제로 퇴출이 이뤄지는 프로세스가 진행되는 데까지는 물리적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11월에 열린 G20 서울정상회의를 염두에 둔 적은 없었다.”

저축은행 구조조정은 실기(失機)를 거듭한 끝에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2011년 초 취임하면서 본격 시작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월까지 20개 저축은행을 3차에 걸쳐 단계적으로 퇴출시켰다.

부실 저축은행 처리가 늦어져 예금자와 후순위채 투자자들의 피해는 더욱 커졌다. 대규모 영업정지에 이은 검찰 수사는 MB정부의 레임덕도 가속화시켰다.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을 포함한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들이 잇따라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돼 구속됐다.

경제부처 장관을 지낸 한 인사의 고백. “나를 포함해 저축은행 정책을 다뤄온 공무원과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금감원, 한때 저축은행 규제 완화에 앞장섰던 정치권 모두 처절한 반성문을 써야 한다. ‘당시엔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상황논리를 들어 변명할 수는 있다. 하지만 법적인 책임이 없다고 해서 도덕적인 책임에서도 자유로운 건 아니다.”

특별취재팀 차병석 정치부 차장(팀장), 이심기 경제부 차장, 서욱진 산업부 차장, 류시훈 금융부 기자 mbnomic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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