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야심차게 출시됐던 그룹주(株) 펀드들이 자투리 펀드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대형주가 조정을 받으면서 신규 그룹주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기존 그룹주 펀드 역시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29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6월 출시된 '우리삼성그룹주자 1[주식]C1' 펀드의 현재 순자산은 2억원에 그치고 있다.

이 펀드는 우리자산운용이 최초로 내놓은 삼성 그룹주 펀드로 삼성전자 등 삼성 그룹 계열사 18개 종목에 투자한다. 삼성전자를 비롯 삼성화재, 삼성생명 등의 주가 조정으로 이 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3.89%를 기록하고 있다.

하나UBS자산운용이 처음으로 출시한 그룹주 펀드도 쓴 맛을 보고 있다. 하나UBS자산운용은 지난 7월 '하나UBS프로야구그룹주[주식]종류A' 펀드를 출시하며 기존 그룹주 펀드들과 차별화를 꾀했다.

삼성 LG 현대(기아) SK 두산 롯데 한화 넥센 엔씨소프트 등 프로야구 구단을 바탕으로 하는 한국 대표기업 중에서 유망한 기업 40여개를 선정해 투자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펀드의 현재 순자산은 1억원에 그치고 있다.

기존 그룹주 펀드에서도 자금이 대거 이탈하고 있다.

'한국투자삼성그룹 1(주식)(C 1)' 펀드에서는 연초 이후 자금이 450억원 가량 순유출됐다. 지난 2분기에는 자금 이탈세가 주춤하는 듯 했지만 8월부터 다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

'삼성당신을위한삼성그룹밸류인덱스자 1'는 연초 이후 1288억원이 순유출됐고, 현대차 그룹주 펀드인 '한국투자현대차그룹리딩플러스 1(주식)(A)' 펀드에서도 자금이 64억원 빠져나갔다.

소형급 펀드인 '한국투자LG그룹플러스 1(주식)(A)'와 '우리LG&GS플러스 1[주식]C 1'에서도 연초 이후 각각 자금이 6억원, 7억원씩 순유출됐다.

임수균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그룹주와 현대차그룹주로 꼽히는 국내 대표 기업들 대부분이 수출주여서 글로벌 경기에 따른 민감도가 높다"며 "최근 원화 강세가 두드러지면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임 애널리스트는 또 "최근 주가연계증권(ELS)과 상장지수펀드(ETF) 등 대안 상품이 많아지고 있다"며 "그룹주 펀드의 수탁고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