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캠퍼스에 분향소 차려진 이유는…
'건축사 1-1호 설계 건물' 용재관 끝내 헐려

연세대 캠퍼스에 분향소가 차려졌다. 최근 철거 공사가 시작된 이 대학 '용재관'(사진)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29일 연세대에 따르면 용재관은 이달 중순부터 철거 공사에 들어갔다. 낙후된 용재관을 헐고 그 자리에 신경영관을 지을 계획이다. 그동안 학내에서 용재관 철거 문제에 대한 찬반 의견이 맞섰지만 결국 철거로 결론이 났다.

1957년 완공된 자그마한 건물인 용재관 철거 여부가 쟁점이 된 것은 역사적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 용재관은 국내 건축사 면허 1-1호를 보유한 한국 최초의 건축사 김재철 씨가 설계했다. 건물 이름도 백낙준 연세대 초대 총장의 호인 용재를 따 지었다.

용재관은 건립 당시 학부모와 동문, 사회 유지의 모금으로 지어진 도서관이었다. 1979년 이후부터 최근까지는 교육과학대학 건물로 활용됐다.

연세대 중앙도서관 앞에 용재관을 기리는 의미의 분향소를 차린 것은 그간 철거를 반대해 온 교수와 학생들이다. 분향소엔 학생들이 쓴 '용재관을 추모합니다'란 내용의 현수막도 함께 걸렸다.

'연세 캠퍼스의 역사와 미학을 지키려는 교수모임' 소속 10여명의 교수들은 분향소에 이들 명의의 성명을 게재하고 "1년 반에 걸쳐 교수모임과 철거 반대 서명에 동참한 200여명의 교수들이 용재관을 보존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소용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용재관은) 대한민국 건축사 1-1호가 설계한 건물로 우리나라에서 겨우 네 채밖에 남지 않은 50년대의 근현대 건물" 이라며 "수많은 연세의 기억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용재관 건물이 무너지면서 겹겹이 쌓인 연세의 '집단 기억'이 모두 사라진다"고 강조했다.

희소 가치와 역사적 의미가 있는 건물을 효율성의 명분으로 부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교수들은 "대학 바깥 사회에선 역사와 전통을 살리기 위해 오래된 건물을 비껴 짓고, 품고 짓고 있다"고 꼬집었다. "하다못해 용재관 일부분이라도 남겨 새 건물이 품는 형태로 지어줄 것을 탄원했지만 모두 허사로 돌아갔다"고도 했다.

용재관이 헐린 자리엔 신경영관이 들어선다. 경영대학은 강의실과 교수 연구실 부족을 이유로 신경영관 증축을 요구해 왔다. 경영대 측이 당초 예정된 부지가 부적절하다며 대체 부지를 요구함에 따라 용재관 철거 후 건물 신축으로 방향을 틀어 논란을 빚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