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 달 사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잇따라 직원들의 횡령·배임 혐의가 터지면서 국내 증시에 상장된 상장사들의 내부통제 시스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마저 구멍 뚫린 내부통제 시스템을 드러내면서 투자자들은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국내 비료업체 1위인 남해화학은 29일 직원 조봉제씨가 서울동부지방검찰청으로부터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기소됐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조 씨는 유류사업본부장으로 미등기이사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430억원 규모의 업무상 배임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는 남해화학의 지난해 자기자본 대비 11.7%에 해당한다.

회사 측은 "조씨가 유류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사이지만 임원급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임원이 아닌 일반 직원이 회사의 자기자본 대비 10% 이상에 해당하는 배임·횡령 사건에 연루된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26일 검찰로 부터 관련 내용에 대해 통보를 받았다"면서 "사전 징후가 없었고, 이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구멍 뚫린 내부 통제시스템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조 씨는 지난해 6월 K에너지 대표가 은행에서 발급받은 지급보증서가 가짜임을 알고도 이를 담보로 400여억원 가량의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을 이 회사에 공급하고 2억6000만원을 챙긴 의�� 받고 있다.

현재 남해화학의 최대주주는 농협경제지주로, 지분 56.00%(2782만0149주)를 보유하고 있는 농협 출자사다.

농협경제지주의 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 지분은 대부분 소액 주주가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실제 상장 폐지가 결정될 경우 소액주주의 피해가 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소액 주주의 지분율은 40.52%(2012만8546주)다.

투자자들의 성토도 이어지고 있다. 한 투자자는 주식 관련 인터넷 종목게시판에 "농협 출자회사까지 이런일 발생했다. 세상에 안전한 것은 없다는 생각"이라고 토로했다.

또다른 투자자는 "주식시장 자체가 투전판으로 전락했다"며 "시장에 대한 신뢰가 다 떨어졌다"고 푸념했다.

지난 26일 종가 기준 남해화학의 시가총액은 4908억원 가량이며, 올해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7752억9200만원, 63억46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영업적자 75억1100만원을 기록한 바 있다.

일반 직원의 횡령·배임 혐의는 지난달 코스닥 시장에서도 발생했다.

필기음성 인식 관련 업체인 디오텍은 지난달초 재무팀에서 근무 중인 정대성씨가 약 42억원을 업무상 횡령한 혐의를 포착했다고 밝히면서 거래 정지된 바 있다. 현재는 거래가 재개된 상태이지만 기업의 내부 통제와 관련해서 허점을 드러내 기업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

당시 디오텍에 따르면 회사가 보유 중이던 타법인주식을 업무 담당자인 정씨가 개인적으로 인출해 매각해 횡령한 혐의가 포착됐다. 횡령 금액은 지난해말 자기 자본 대비 10.44%에 해당했다.

기업 분석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 조차 영업환경 등의 변화에만 초점을 맞출 뿐 실제로 관련 혐의가 발생해 드러나기 이전까지는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기업 내부 통제 강화를 통한 투자자 보호가 절실하다는 진단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최근 남해화학의 탐방을 다녀왔으나 횡령·배임 등에 대한 정황은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면서 "영업환경 변화에 따른 실적 개선 여부에 대해서만 파악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기업의 실적뿐만 아니라 기업의 내부 통제 시스템에 대한 평가가 병행돼야 투자자들의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업의 내부통제 시스템의 허점으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강화해야 하며 감독당국도 실질적인 가이드 라인 제시를 통해 상장사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최성남 기자 sul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