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사립 유치원의 교육비가 대학 등록금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공립보다 최대 6배가량 높아 정부지원금이 사립 유치원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정보공시 사이트인 ‘유치원 알리미(e-childschoolinfo.mest.go.kr)’에 9월과 10월 공개된 전국 8370개 국·공립 및 사립 유치원의 경비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8일 발표했다.

○국·공립대 등록금보다 비싼 사립유치원

17개 시·도 유치원의 만 3세 교육비 평균값은 국·공립의 경우 교육과정 교육비(4만2994원)와 방과후과정 교육비(2만8816원)를 합쳐 월 7만1810원으로 나타났다. 사립 유치원은 합계 42만8793원으로 국·공립의 5.97배에 달했다. 월교육비와는 별도로 1년에 한 번 내는 입학경비는 사립이 15만2980~15만8962원인 데 비해 국·공립이 3701~4922원으로, 사립이 최고 41배까지 비쌌다.

월교육비 12개월치와 입학경비를 더한 연간 사립 유치원비는 3세가 529만9401원, 4세 547만7986원, 5세 이상 543만7720원으로 웬만한 대학의 등록금 수준이다. 교과부가 올해 2월 발표한 대학들의 연간 평균 등록금은 670만6000원으로 국·공립대가 415만원, 사립대가 737만3000원이었다.

○국·공립 유치원 수용능력 20% 불과

정부는 올해부터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3~5세 아이를 지원함에 따라 학부모 부담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국·공립의 경우 3세와 4세는 소득하위 70%까지, 5세는 전 소득계층에 대해 교육과정 5만9000원, 방과후과정 5만원 등 최대 10만9000원이 지원된다. 자녀가 국·공립 유치원에 다닐 경우 학부모 부담이 거의 없다.

그러나 사립 유치원은 3~4세의 경우 교육과정 19만7000원, 방과후과정 7만원 등 26만7000원의 정부지원금을 받고 5세는 교육과정 20만원 등 27만원을 지원받아 전체 교육비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전국 공시 대상 유치원 8370개 가운데 사립은 4000여곳, 국·공립은 4300여곳으로 국·공립이 숫자상 더 많다. 그러나 대부분 국·공립 유치원은 초등학교 부설이어서 수용인원이 많지 않다. 재학 기준으로는 국·공립이 전체의 20%, 사립이 80% 수준이어서 사실상 대다수 학부모들이 대학 등록금 못지않은 교육비를 유치원 자녀에 쏟아부어야 한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3~5세에 대한 국·공립 유치원 수용 규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의 최저 수준으로 재정 지원을 더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립유치원 정부지원 내년 29만원

내년부터는 사립 유치원의 교육과정 교육비 지원 규모가 22만원으로 소폭 늘어 방과후과정을 합쳐 모두 29만원의 정부지원금이 지급된다. 그러나 사립 유치원 교육비가 대학 수준에 근접하면서 정부지원이 사실상 사립 유치원의 배만 불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정부지원을 같이 받는 전국 4만여곳의 어린이집은 이번 공시 대상에서 제외돼 대부분 사립인 어린이집을 포함할 경우 학부모 부담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는 게 교육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