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50원 내려가면 삼성전자의 연간 순이익이 10% 가까이 줄어든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항공은 반대로 80% 이상 급증해 기업별 명암이 크게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우리투자증권은 ‘환율 하락 민감도 분석’ 자료에서 146개 주요 상장사를 대상으로 환율에 대한 이익 민감도를 조사했다. 올해 원·달러 연평균 환율이 기존 전망치인 1108원에서 1058원으로 하락했을 경우를 가정하고 상장사별 연간 순이익 예상치 증감폭을 계산했다.

분석 결과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곳은 LG디스플레이였다. 올해 예상 순이익이 3482억원에서 162억원으로 95.4%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삼성테크윈(-19.2%), 금호석유(-17.8%), KPX화인케미칼(-15.4%) 순으로 순이익 감소폭이 컸다.

삼성전자는 올해 예상 순이익이 기존 21조6239억원에서 19조5479억원으로 2조760억원(9.6%) 줄어드는 것으로 나왔다. 기아차는 7.5%, 현대차는 6.0% 줄어들 것으로 관측됐다. 달러로 결제하는 매출 비중이 원자재 수입비용보다 높거나, 달러 자산이 달러 부채보다 크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반면 석유나 원자재 등을 대량 수입해 사용하는 운송이나 제철업종은 순이익이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혜택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회사는 대한항공으로 올해 예상 순이익이 기존 4081억원에서 7461억원으로 82.8%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항공유 도입가격 인하 효과에다 원화 강세로 인한 해외여행 수요 증가까지 기대되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은 순이익이 70.5% 늘어나고, 아시아나항공과 포스코도 각각 56.0%와 18.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우리투자증권은 다만 ‘연평균 환율이 50원 하락한다’는 가정은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어떤 종목이 환율에 민감한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며 “기업들이 적절히 환 위험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환율이 서서히 내려갈 경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