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모자 다음엔 노란 모자 둘 서고, 그 옆엔 파랑 빨강 하나씩.”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모자 색깔별로 줄을 세운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모습이 아니다. LG이노텍 중국 후이저우 법인 얘기다. LED(발광다이오드)와 컴퓨터용 소형 모터를 만드는 이 공장에선 모자 색깔이 모든 걸 말해준다.

빨간 모자는 입사 3개월 이상인 기술 숙련 근로자만 쓸 수 있다. 어느 정도 일을 해내는 평균 인력은 파란 모자를, 갓 들어온 ‘초짜’는 노란 모자를 쓴다. 이들은 근무 시간에 절대 끼리끼리 어울리지 못한다. 노란 모자는 빨간 모자와 파란 모자 사이에서 일을 하고, 파란 모자도 앞뒤로 최소 한 명씩은 빨간 모자를 쓴 직원과 있어야 한다. LG이노텍 후이저우 법인은 ‘신규 인력을 빨리 적응시켜야 한다’는 숙제를 이렇게 풀었다. 모자 색깔로 인력 숙련도와 등급을 구분한다고 해서 ‘공정등급제도’로 이름을 붙였다.

빨간 모자를 쓴 숙련공 중에선 특별 임무를 맡은 사람도 있다. 이름하여 ‘품질 특공대’. 근무 도중 불량이 발생하는 생산 라인에 긴급 투입돼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

박권영 법인장은 “처음에는 위화감이 조성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시행해 보니 신입사원들이 빨리 빨간 모자를 쓰고 싶어 더 열심히 일을 배우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후이저우법인은 품질마일리지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품질 개선 아이디어를 내는 직원에게 마일리지를 적립해줘 나중에 더 많은 성과급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 세 가지 제도를 실시한 뒤 이 법인의 불량률은 빠르게 줄어 올해 0.5% 이하로 떨어졌다. 고객이 불만을 제기해 리콜되는 고객불량률은 100만개 중 10개 미만인 ‘1 PPM’을 유지하고 있다. 생산성도 크게 나아져 올해 이 법인의 매출은 작년보다 30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후이저우=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