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사라진 도도새가 선물한 '공생'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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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다가스카르에 서식하던 날지 못하는 도도새, 유럽인 발견 60년만에 멸종
무차별 약탈이 가져온 생태계 위기 자세히 그려
도도의 노래
데이비드 쾀멘 지음 / 이충호 옮김 / 김영사 / 884쪽 / 3만원
무차별 약탈이 가져온 생태계 위기 자세히 그려
도도의 노래
데이비드 쾀멘 지음 / 이충호 옮김 / 김영사 / 884쪽 / 3만원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섬 마다가스카르는 먼 옛날 곤드와나 대륙의 일부였다. 곤드와나는 아프리카,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남아메리카, 남극 대륙이 하나로 붙어 있던 거대한 땅이었다. 마다가스카르는 이 시기에 아프리카의 동해안 혹은 인도와 붙어있다가 분리된 것으로 추정된다. 상상조차 힘든 시간인 약 6000만년 전 이야기다.
여기서 조금 더 동쪽으로 가면 날지 못하는 새인 도도(dodo)가 살던 모리셔스 섬이 있다. 세계적인 생태 저술가 데이비드 쾀멘의 《도도의 노래》는 번성하던 도도가 어떻게 인간의 눈에 띈 지 60여년 만에 완전히 절멸했는지를 그린다.
저자는 모리셔스뿐 아니라 마다가스카르, 발리, 롬복 섬, 갈라파고스 제도, 아마존 등 전 세계를 직접 찾아다니며 생물의 멸종 사례를 치밀하게 추적한다. 그리고 ‘무서운 두 발 포식 동물’인 인간이 거대한 생태계의 일부일 뿐이라는 점을 일깨운다. 책은 처음 출간된 지 20여년이 흐른 지금도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대작이라는 평을 듣는 생태학계의 명저다.
제목과 달리 도도의 멸종은 전 세계의 섬을 무대로 하는 이 책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저자는 도도뿐 아니라 태즈메이니아의 주머니늑대, 북아메리카의 나그네비둘기, 알다브라 섬의 황소거북 등의 사례를 설명하며 거대하고 다양한 생태계와 그 위기를 실감나게 설명한다. 황소거북은 18세기에 유럽인에게 절멸될 뻔하다가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네덜란드인들은 거북 요리를 ‘항해자의 식사로서는 참고 먹을 만한’ 요리로 평가했고 프랑스인들은 그런 거북 고기를 수만마리 살육해 소금에 절이거나 고급 기름으로 만들었다.
도도의 사례가 눈길을 끄는 것은 너무나 급속하게 인간에 의해 멸종됐고 그만큼 인간에게 교훈을 줬기 때문이다. 1507년 모리셔스에 처음 당도한 포르투갈인과는 달리, 1598년 도착한 네덜란드인들은 모리셔스 섬을 가축을 방목하고 야생 고기를 공급받을 곳으로 생각했다. 그들은 이 새를 ‘역겨운 새’라는 뜻의 발크뵈헬이라 불렀다. 도도는 몸집이 크고 날개가 없었다. 육상 포유류가 전혀 없었던 모리셔스에 수만년간을 살면서 환경에 맞게 진화한 것이다. 설치류도 육식 동물도, 물론 사람도 없었다. 날 필요가 없게 된 도도는 땅 위에다 둥지를 짓고 땅에 떨어진 열매를 먹고 살았다. ‘엉덩이가 크고 멍청하며 살찐 느림뱅이 새’로 묘사된 도도의 특성은 그저 환경에 맞게 살아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었다.
유럽인들은 그런 도도를 무차별적으로 잡아먹기 시작했다. 기록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도도는 유럽인과 접촉한 짧은 기간에 무자비하게 사냥당했다. 그리고 인도양을 항해하는 사람들에게 반 세기 이상 신선한 고기의 공급원이 되었다. 공급이 넘칠 경우 일부는 소금에 절이거나 훈제해 저장했고 일부는 살아있는 것을 요리했다. 남으면 보관했다가 먹었다.’ 결국 도도는 멸종한 전설의 새가 됐다.
다행스러운 것은 도도가 사라진 후 인류는 역사상 처음으로 자신이 어떤 종을 사라지게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점이다. 이런 식으로 영원히 자연을 약탈할 수 없다는 걸 어렴풋하게나마 느끼게 된 것. 저자의 동료 칼 존스는 말한다. “누가 그런 생각을 처음 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건 그것은 인간의 의식이 막 깨어나던 여명기에서 아주 중요한 순간이었어요.” 도도의 사례가 아니었다면 자연에 대한 인간의 폭력은 지금보다 더 빠르고 잔인하게 이뤄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책은 800쪽이 넘지만 그의 장대한 여행을 따라가다보면 인간사회 안에 매몰됐던 자신의 좁은 시야를 느끼게 된다. 다윈과 그의 ‘라이벌’ 월리스가 추적했던 ‘종의 기원’ 문제의 숨겨진 진실도 흥미롭게 밝혀내고 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여기서 조금 더 동쪽으로 가면 날지 못하는 새인 도도(dodo)가 살던 모리셔스 섬이 있다. 세계적인 생태 저술가 데이비드 쾀멘의 《도도의 노래》는 번성하던 도도가 어떻게 인간의 눈에 띈 지 60여년 만에 완전히 절멸했는지를 그린다.
저자는 모리셔스뿐 아니라 마다가스카르, 발리, 롬복 섬, 갈라파고스 제도, 아마존 등 전 세계를 직접 찾아다니며 생물의 멸종 사례를 치밀하게 추적한다. 그리고 ‘무서운 두 발 포식 동물’인 인간이 거대한 생태계의 일부일 뿐이라는 점을 일깨운다. 책은 처음 출간된 지 20여년이 흐른 지금도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대작이라는 평을 듣는 생태학계의 명저다.
제목과 달리 도도의 멸종은 전 세계의 섬을 무대로 하는 이 책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저자는 도도뿐 아니라 태즈메이니아의 주머니늑대, 북아메리카의 나그네비둘기, 알다브라 섬의 황소거북 등의 사례를 설명하며 거대하고 다양한 생태계와 그 위기를 실감나게 설명한다. 황소거북은 18세기에 유럽인에게 절멸될 뻔하다가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네덜란드인들은 거북 요리를 ‘항해자의 식사로서는 참고 먹을 만한’ 요리로 평가했고 프랑스인들은 그런 거북 고기를 수만마리 살육해 소금에 절이거나 고급 기름으로 만들었다.
도도의 사례가 눈길을 끄는 것은 너무나 급속하게 인간에 의해 멸종됐고 그만큼 인간에게 교훈을 줬기 때문이다. 1507년 모리셔스에 처음 당도한 포르투갈인과는 달리, 1598년 도착한 네덜란드인들은 모리셔스 섬을 가축을 방목하고 야생 고기를 공급받을 곳으로 생각했다. 그들은 이 새를 ‘역겨운 새’라는 뜻의 발크뵈헬이라 불렀다. 도도는 몸집이 크고 날개가 없었다. 육상 포유류가 전혀 없었던 모리셔스에 수만년간을 살면서 환경에 맞게 진화한 것이다. 설치류도 육식 동물도, 물론 사람도 없었다. 날 필요가 없게 된 도도는 땅 위에다 둥지를 짓고 땅에 떨어진 열매를 먹고 살았다. ‘엉덩이가 크고 멍청하며 살찐 느림뱅이 새’로 묘사된 도도의 특성은 그저 환경에 맞게 살아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었다.
유럽인들은 그런 도도를 무차별적으로 잡아먹기 시작했다. 기록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도도는 유럽인과 접촉한 짧은 기간에 무자비하게 사냥당했다. 그리고 인도양을 항해하는 사람들에게 반 세기 이상 신선한 고기의 공급원이 되었다. 공급이 넘칠 경우 일부는 소금에 절이거나 훈제해 저장했고 일부는 살아있는 것을 요리했다. 남으면 보관했다가 먹었다.’ 결국 도도는 멸종한 전설의 새가 됐다.
다행스러운 것은 도도가 사라진 후 인류는 역사상 처음으로 자신이 어떤 종을 사라지게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점이다. 이런 식으로 영원히 자연을 약탈할 수 없다는 걸 어렴풋하게나마 느끼게 된 것. 저자의 동료 칼 존스는 말한다. “누가 그런 생각을 처음 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건 그것은 인간의 의식이 막 깨어나던 여명기에서 아주 중요한 순간이었어요.” 도도의 사례가 아니었다면 자연에 대한 인간의 폭력은 지금보다 더 빠르고 잔인하게 이뤄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책은 800쪽이 넘지만 그의 장대한 여행을 따라가다보면 인간사회 안에 매몰됐던 자신의 좁은 시야를 느끼게 된다. 다윈과 그의 ‘라이벌’ 월리스가 추적했던 ‘종의 기원’ 문제의 숨겨진 진실도 흥미롭게 밝혀내고 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