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 업계가 자산운용 문제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운용수익률이 저조한 데다,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돼 대체투자처를 찾기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리먼브러더스 사태와 유로존 재정위기를 잇달아 겪으면서 ‘디레버리지’(부채축소)와 정부 규제 강화로 대내외 환경도 악화되고 있다. 생명보험사들의 자산운용이익률은 2010회계연도(3월말 결산) 5.88%에서 2011회계연도 4.76%로 하락했다. 2012회계연도 1분기 5.08%로 5%대를 회복했지만 운용이익률 하락은 중장기적으로 불가피할 전망이다.

○저금리로 마진율 하락

최근 해외 생명보험사들의 공통된 경영전략은 보장성보험 판매에 집중하는 것이다. 자산운용에서 마진 압박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다. 또 거시경제 리스크에 대한 노출을 줄이기 위해 자동차보험 등 전통적인 손해보험영역으로 진출을 모색하는 회사도 늘고 있다. 이미 상품 포트폴리오가 다각화되어 있거나 보장성보험 비중이 높은 회사는 주식시장에서 주가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운용이익보다는 안정적인 보험영업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보장성보험에 집중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상품 포트폴리오의 차이에서 주가의 차별화도 나타날 전망이다.

생명보험업은 대부분 장기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산업 역시 서서히 변한다. 원가가 사후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수년전에 판매됐던 상품들이 현재의 이익을 결정한다. 외환위기 전후로 판매됐던 고금리 확정형 상품들로 인해 한국 생명보험사들은 여전히 역마진에 노출돼 있다.

다행히 국내 보험사들은 해외 보험사들이 먼저 저금리 상황에 노출된 덕분에 사전 대응책을 마련했다. 대형사들은 2000년대초 금리 확정형 상품 판매를 접고 연동형 상품을 제공했다. 종신, 중대질병(CI), 통합형보험 등 보장성 상품 판매에 집중했다. 금리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은 변액보험 판매도 늘렸다. 이때문에 생명보험사 파산까지 경험한 일본의 극단적 상황이 한국에서 재연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최근 실질금리 하락세를 반영해 보험사들은 적극적으로 공시이율(준비금 부리이율)을 하향하고 있다. 감독당국 또한 보험업감독규정을 개정해 보험사의 자의적인 공시이율 결정을 제한하고 조정범위를 20%에서 10%로 축소해 금리경쟁을 완화시켰다. 이는 보험사의 손익이 보호될 수 있는 조치로 평가받고 있다.

RBC(risk based capital) 등 위험기준자본 규제에서도 금리위험 요구자본에 역마진위험(공시이율과 5년만기 국채 금리에 기초한 투자수익률 간 차이의 50%를 순보험료식 보험료 적립금에 곱하여 산출)을 추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사회구조 변화로 보험업 성장

저금리 시대에서 소비자의 필요(needs)는 저축성보험에 맞춰진다. 비과세 혜택이 폐지되기 전에 가입하려는 즉시연금(종신형 4.4% 연금소득세, 상속형 15.4% 이자소득세)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2012회계연도의 생명보험 수입보험료 성장세는 경기침체에도 불구, 10%를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생명보험 수입보험료 성장세가 2009회계연도 4.6%, 2010회계연도 7.9%, 2011회계연도 6.7%를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폭이다.

소득수준으로만 보면 한국 생명보험업은 성숙기에 진입했다. 하지만 한국의 사회적 변화를 고려하면 새로운 성장기회는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초고속으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고 있고 공적 연금의 재정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국가가 운영하는 건강보험 재정이 불안정하고 노후복지 비용이 증가하는 등 사회변화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사회구조 변화가 생명보험업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금리 추세가 고착화되면 개인이 직접투자에 나서기 어려워진다. 운용 전문가에게 자산을 맡기는 문화가 확대될 것이다. 은퇴자금 등 중장기 운용을 위해 보험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노후 준비는 이미 구조적, 사회적 흐름이며, 세제 혜택 등 다양한 보증과 옵션이 제공되는 연금 수요가 생명보험사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생명보험사의 주가 흐름은 나쁘지 않다. 삼성생명한화생명은 연초대비 각각 15.4%, 6.6% 상승하며 코스피지수 수익률(6.4%)을 상회하고 있다. 동양생명 주가는 6월까지 인수합병(M&A) 진통으로 하락 추세에 있었지만 23일 종가 기준으로 연중 저점 대비 24.3% 상승했다.

한승희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 steph.han@wooriw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