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 몸집 불리기 제동…금융당국, 6개 은행장 불러 "수도권 점포경쟁 자제" 주문
금융감독당국이 부산은행 등 국내 6개 지방은행에 외형 확대 자제 및 건전성 강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에 비해 리스크 관리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외부 충격에 따른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건설업체에 대한 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도 작용했다.

24일 금융당국 및 은행들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부산·경남·대구·광주·전북·제주은행 등 6곳의 지방은행장을 불러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서 과도한 영업점포 확대 경쟁을 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지방에서 돈을 끌어모아 서울 등 수도권에서 대출을 늘리는 행위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해외 사무소 개설 및 투자은행(IB) 업무 확대 등 과당 경쟁도 자제하라고 지도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본점 소재지가 아닌 지역에서 점포를 늘려 과도한 대출 영업에 나서는 것은 지방은행 설립 취지와도 맞지 않다”며 “위기관리 능력이 떨어지는 지방은행이 외형 확대에만 몰두할 경우 부실화 우려가 높기 때문에 이를 선제적으로 경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방은행의 과도한 ‘몸집 불리기’에 제동을 거는 동시에 추가적인 자본 확충 및 부실채권 상각 확대 등도 요구했다. 위기 상황에 대비해 자본적정성을 높이고 자산건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금융당국은 6개 지방은행의 외형이 최근 급격히 커졌지만 내실은 다지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방은행의 국내외 점포 수는 작년 6월 말 893개에서 작년 말 923개, 지난 6월 말 947개로 증가 추세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의 총 점포 수는 4700여개로 큰 변화가 없었다.

지방은행의 총 자산도 같은 기간 126조2409억원에서 131조6564억원으로, 원화대출금은 87조5135억원에서 93조8470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부산은행의 경우 원화대출금은 지난 6월 말 기준 24조8933억원으로 시중은행인 씨티은행(23조9957억원)보다도 많아졌다.

반면 3개월 이상 연체돼 부실 가능성이 높은 6개 지방은행의 고정이하여신은 작년 말 1조132억원에서 지난 6월 말 1조2932억원으로 30% 가까이 급증했다. 전북은행의 경우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법정관리 신청 여파로 200억원대 손실을 봤다.

여신건전성을 나타내는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같은 기간 1.14%에서 1.37%로 높아졌다. 자본적정성을 나타내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같은 기간 14.06%에서 지난 6월 말 13.93%로 떨어졌다. 시중은행(14.35%)과 비교하면 훨씬 낮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지역 밀착 영업을 통한 내실 경영을 주문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몸집을 불리지 않고선 경쟁에서 밀리기 때문에 공격적인 영업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다음달엔 국내에 진출한 36개 외국계 은행 지점(56개) 중 주요 외은 지점장들을 불러 과도한 모집인 의존 및 과다 수수료 경쟁 등을 자제하라는 지침을 전달할 예정이다. 시중은행에 대해선 지난달 말부터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가계부채 및 기업대출 부실 등의 리스크 요인이 수익성 등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 건전성 강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장창민/류시훈 기자 cmjang@hankyung.com